포스코, 고부가·고기술 티타늄합금시장 진출
5년간 1000억 투자
중국산 철강 범람·공급 과잉…범용제품 입지 줄자 '승부수'
항공기 엔진·인공관절 등 활용
시장 규모 4조 육박하지만 미국·러시아 3곳서 80% 독점
[ 도병욱/오경묵 기자 ]
포스코가 티타늄합금 시장에 뛰어들기로 한 것은 더 이상 열연과 냉연 등 범용 철강제품에만 의존해선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중국 등 신흥국 철강회사들이 범용 철강제품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입지는 점점 위축되고 있다. 철강 공급과잉이라는 악재까지 더해졌다. 이 위기를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시장 진출로 극복하겠다는 것이 권오준 포스코 회장(사진)의 전략이다. 티타늄합금 시장이 꾸준하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포스코의 결정에 힘을 더했다.
◆3개 업체가 독점하는 시장
티타늄합금은 항공기 기체와 엔진을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 인공관절과 안경테, 인공위성 및 항공기 부품에도 사용된다. 티타늄은 강철보다 43% 가볍고 알루미늄 합금보다 두 배 강한 소재다. 부식 우려 역시 절대 녹이 슬지 않는다는 백금과 견줄 정도로 낮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CF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티타늄합금 수요는 지난해 8만1000t 규모에서 2020년 10만t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 규모도 3조7000억원(2015년) 수준에서 4조6000억원(2020년)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ICF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티타늄합금 수요의 80%는 항공용인데, 글로벌 항공사들은 이미 10년치 수주물량을 확보한 상태라 티타늄합금 수요가 꾸준히 있을 전망”이라며 “자전거와 골프채, 인공관절 등 생활용품에도 활용되기 시작해 시장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꾸준하게 성장하는 데 비해 티타늄합금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많지 않다. 티타늄합금 시장은 러시아의 VSMPO, 미국의 TIMET와 ATI 등 3개 기업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티타늄합금을 만들기 위해서는 특화된 기술력이 필요하다 보니 다른 철강 및 비철금속 관련 업체들이 섣불리 뛰어들지 못한 결과다.
포스코도 2011년부터 순티타늄 생산을 시작했지만, 이를 가공해서 만드는 티타늄합금은 내놓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사용하는 티타늄합금은 전량 수입하고 있다.
◆고부가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포스코
포스코의 티타늄합금 시장 진출 결정은 철강 공급과잉에서 빚어진 위기를 고부가가치 시장 진출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세계적으로 과잉 생산된 철강제품 규모는 6억9300만t이다. 3년 전인 2011년에 비해 2억1000만t 증가한 규모다. 공급과잉 현상은 중국 철강사가 생산량 ?늘리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세계 5위 바오산강철과 세계 11위 우한강철의 합병, 세계 2위 허베이강철과 세계 9위 서우두강철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철강사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각각 세계 2위, 3위 회사가 된다. 포스코의 입지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국 철강사가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이 한국 제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빴지만, 최근에는 한국 철강사 제품과 비슷할 정도로 쫓아왔다”며 “지금 상황이 계속되면 포스코 등 한국 철강사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포스코가 고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 철강사가 쫓아오기 힘든 분야를 노리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을 중심으로 티타늄합금 상용화를 위한 기술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동시에 사내에 상업화 전담조직도 구성한다. 신사업실장이 전담조직을 총괄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 전담조직을 꾸려 6개월간 시범 운영한 뒤 조직을 확대할 예정이다.
도병욱/대구=오경묵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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