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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만6000여명 환자 고통
툴젠 "비정상 유전자 정보 조작"
복지부 국책과제로…15억 지원
[ 조미현 기자 ]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앓고 있는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치료제가 없는 희귀질환이다. 국내에 1만6000여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병은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환자가 병에 걸린 것을 비교적 일찍 인지하더라도 치료제가 없어 삶의 질이 현격히 떨어진다고 한다.
유전자가위 전문기업 툴젠(대표 김종문)이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이 회사가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해 치료제를 만들기로 했다. 유전자가위는 비정상 유전자 정보를 조작해 정상으로 돌리는 기술이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을 앓고 있는 환자 중 45% 정도는 ‘PMP22’라는 유전자의 중복 돌연변이를 보인다. 인간의 유전자는 부모에게서 각각 한 개씩 받은 대립유전자(allele)로 이뤄진다. 샤르코마리투스병 환자들은 PMP22의 대립유전자가 3개씩 생기는 등 구조적인 변이가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이런 돌연변이가 신경보호세포에 문제를 일으켜 말단 신경을 망가뜨린다. 이 회장의 손과 발(사진) 끝 부분이 굽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툴젠은 PMP22의 구조적 변이가 생기더라도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의 세계적 권위자인 최병옥 성균관대 의대 교수와 홍영빈 삼성서울병원 박사 연구팀도 개발에 합류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툴젠의 연구개발 계획을 국책과제로 선정해 5년간 15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해외에서는 희귀질환뿐 아니라 암 치료에도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한 암 치료의 임상시험을 허가했다. 암 환자 몸에서 꺼낸 T세포의 유전정보를 정상적으로 복원해 환자에게 다시 적용하는 방식이다. 중국도 유전자가위를 활용해 폐암을 치료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김석중 툴젠 연구소장은 “유전자가위 기술은 희귀질환뿐 아니라 암 등 다양한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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