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구당 김남수

입력 2016-08-10 18:42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구당(灸堂) 김남수 옹(101)은 논란의 인물이다. 평생을 침과 뜸을 시술하며 지내다 93세이던 2008년 지상파 방송에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추석연휴 황금시간대에 방송이 나가면서 종합시청률 20%를 기록할 정도였다. 이후 전국적인 자가 뜸 시술 열풍이 불었고 그에게 직접 침을 맞으려는 사람이 몰려들면서 ‘현대판 화타’라는 별명도 얻었다.

구당은 한의사가 아니다. 침을 놓을 수 있는 침사(鍼士), 뜸시술을 할 수 있는 구사(灸士)로서 시술을 한다. 침구사는 1951년 국민의료법 제정으로 한의사 제도가 생기면서 사라진 자격증이지만 그 이전에 침구사 자격을 갖고 있던 이들은 계속 시술할 수 있다.

구당이 유명해지고 제자가 많아지면서 논란도 커졌다. 전직 대통령과 연예인들을 치료했다거나 말기암 환자가 나았다는 식의 말이 돌면서 구당을 찾는 사람이 늘었고 그 과정에서 한의학계를 자극한 것이다. 특히 침이나 뜸을 제대로 배우지도 않고 잘 할 줄도 모른다며 한의학계를 공격한 것이 문제였다. 한의학계는 구당의 자격증을 믿을 수 없고 치료했다는 사례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격했다. 또 더 이상 불법의료행위를 두고 볼 수 없다며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엊그제 구당 측의 손을 들어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구당은 2012년 ‘정통 침·뜸 평생교육원’을 세웠으나 설치 신고가 반려됐었다. 대법원은 “건강을 지키고 증진하기 위해 인체, 질병 지식을 학습할 기회를 얻는 것은 행복 추구와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국민의 기본적 권리”라며 “별도의 입법조치가 없는 한 이를 제한해선 안 된다”고 판결했다.

우리 의료역사를 보면 20세기 들어 양의사, 한의사 면허가 정착되기 전까지는 한의학과 민간요법 등이 있었다. 약을 지었고 침도 놓았고 뜸도 떴다. 그게 제도가 바뀌면서 적법 위법의 구별이 생긴 것이지, 환자 입장에서는 꿩 잡는 게 매일 뿐이다. 또 국민은 의사 대 약사, 의사 대 한의사들의 분쟁에 이미 지칠 만큼 지쳤다. 최근까지도 한의사가 초음파진단기 등 기기를 쓰는 데 대해 의사들이 문제 삼으면서 양 단체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의료를 시장으로 보고 하나도 서로 뺏기지 않으려고 벽을 치고 제한을 가하고 입법로비를 벌이는 게 우리 의료계다.

리우올림픽 수영 챔피언 펠프스의 온몸에 있는 부항자국을 보며 한의학의 세계화 가능성을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현실은 100세 노인의 노하우까지 기어이 법정에서 가려야 하는 살벌한 풍경이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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