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선희 기자 ]
달러화 대비 원화의 가치가 연일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를 억제할 만한 요인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달러화 대비 원화의 강세는 좀 더 이어질 것"으로 진단했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00원선이 무너졌다. 오후 1시 26분 현재 전날보다 13.1원 하락한 1093.0원에 거래중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03.0원에 출발했으나 장중 낙폭을 키우며 13개월여만에 1100원선을 내줬다.
최근 원화는 신흥국 통화와 함께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간밤 미국 생산성 지표 부진으로 미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내자 원·달러 환율은 빠르게 낙폭을 키웠다.
미국 노동부는 2분기 비농업부문 생산성이 연율 0.5%(계절 조정치)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마켓워치 조사치는 0.3% 상승이었다. 미국의 생산성이 3개 분기 연속 낮아지자 임금 상승과 경제 성장을 제한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지고,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을 지연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증시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차적으로 1080원~1090원대에서 지지선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과거 경험상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가 무너지면 1080원선까지 밀렸다"며 "달러화 수요도 없어 약세가 불가피하므로 단기적인 추가 하락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유동성 랠리,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 등으로 원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어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정 연구원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우려가 잦아들고 영국중앙은행(BOE)의 적극적 통화완화책 이후 유동성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까지 더해져 원·달러 환율은 하락에 더 민감히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도 "그간 하락 속도를 조절했던 원·달러 환율이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 이후 속절없이 하락했다"며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유입까지 더해지면서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강세를 보이는 신흥국 통화 중에서도 원화가 가장 큰 절상폭을 나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070원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성윤 연구원은 "오버슈팅(과열 국면)이 나타날 경우 1070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현재와 같은 추세적 하락 상황에선 외환당국의 개입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070원선까지 하락해야 외환당국이 개입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등으로 당국은 개입에 민감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 연구원은 "상징적 레 ㎱?1100원선을 지키기 위해 당국이 나선다면 더욱 눈에 띄는 개입이 될 것"이라며 "다만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가 깨진 이상 하락 속도는 매우 더딜 것"이라고 언급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