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반출 요구 논란…핵심 쟁점은
국회서 전문가 토론회
찬성측
외국인 관광객 70% 사용
관광 진흥·IT혁신 위해 공간정보 규제 완화 필요
반대측
한국에 서버 안두려는 의도
지도 만드는데 100억 쓰여
구글 무료사용 땐 '산업붕괴'
[ 이호기 기자 ] 정부가 오는 12일 구글 지도의 국외 반출 허용 여부에 대해 결정을 내리기로 한 가운데 관련 공청회가 8일 열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야 간사인 이우현 새누리당·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의원회관에서 연 토론회에서는 국가 안보와 역차별 문제 등을 이유로 구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우세했다. 사용자 편익을 높이고 글로벌 혁신 경쟁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구글의 지도 반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게 제시됐다.
신동빈 안양대 도시정보공학과 교수는 “구글이 반출하려고 하는 1 대 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와 (해외에서 제공 중인) 구글 위성지도를 중첩해 보면 곧바로 보안시설 파악이 가능하다”며 “이 지도에는 위치확인시스템(GPS) 좌표까지 다 나오기 때문에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사장은 “우리 같은 중소 벤처기업도 100억원 이상을 투자해 국내 지도를 만들고 있는데 구글이 지도를 가져가서 무료 서비스를 한다면 국내 공간정보산업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구글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지도를 줘야 한다고 하지만 이는 역으로 말해 안드로이드처럼 자신의 플랫폼에 스타트업을 종속시키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나 구글의 조세 회피 의혹도 제기됐다. 손영택 공간정보산업협회 기술연구원장은 “구글에 한 번 지도를 반출하면 사후통제가 전혀 안 될 것”이라며 “현행법을 준수하고 있는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희원 인터넷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은 “구글이 국내에서 사업을 하고자 한다면 국내법을 지키는 게 맞다”며 “구글이 마음만 먹는다면 서버를 국내에 두는 게 일도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구글 측을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권범준 구글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는 “모바일 시대에 위치 정보와 지도를 결합한 서비스는 글로벌 혁신의 중심에 설 것”이라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증강현실(AR) 게임인 ‘포켓몬고’는 이 같은 혁신의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개방과 혁신으로 대한민국이 경제 성장을 이룩한 것처럼 구글 서비스를 무조건 막는 게 해답은 아니다”면서도 “국내 기업이 안보나 비용 측면에서 구글 지도와 대비해 역차별을 받는 문제는 정부가 규제 완화로 해소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은 “글로벌 기업 생태계에서는 구글도 네이버도 영원하지 않다”며 “개방과 혁신으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했다.
김경태 한국관광공사 관광정보전략팀장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구글 지도에서 길 찾기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불편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최근 추세가 단체 관광에서 개별 관광으로 바뀌고 있는 데다 외국인 관광객의 구글 지도 사용 비중이 70%에 달해 (구글 지도 반출이 허용되면) 관광 대국으로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