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만년필=몽블랑' 처럼…'보험=KB손보' 떠올리게 만들 것

입력 2016-08-04 16:37
"우리의 경쟁자는 보험사 아닌 혁신으로 무장한 핀테크기업"

웹·모바일 '다이렉트 채널' 확대
인터넷 자동차보험 시장서 2위로 올라
해외 대체투자로 리스크 관리 집중

M&A 이후 '직원 끌어안기' 나서


[ 이태명 기자 ] 지난 3월 KB손해보험 새 사령탑에 오른 양종희 사장(55·사진)은 취임식에서 “지난 10년 ‘2위권’이란 말로 스스로 위안을 삼는 동안 경쟁사들은 우리를 추월했다”며 임직원에게 강한 변화를 주문했다. 수차례 모(母)그룹이 바뀌는 동안 KB손보가 업계 경쟁에서 머뭇거린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자성이었다. 그는 “보험업계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며 “혁신을 이룬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기업은 도태되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고경영자(CEO)의 주마가편(走馬加鞭) 효과일까. KB손보는 올 들어 일취월장하는 모습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감소했던 지난해 상반기와 달리 올 상반기에는 실적 지표가 모두 좋아졌다.

지난 1~6월 당기순이익만 1753억원으로 손해보험업계 ‘빅4’ ?증가율 1위, KB금융그룹 계열사 가운데 2위에 올랐다. 증권업계에선 “지난해 6월 KB금융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KB손보가 초기 불안 요소를 걷어내고 본격적인 실적 개선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승승장구’ K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은 KB금융이 오랜 기간 공을 들인 인수합병(M&A) 작업의 중요한 성과물로 꼽힌다. 인수 과정은 난산의 연속이었다. 2014년 6월 인수 계약을 체결했지만 금융당국의 인수 승인이 떨어지기까지 1년여나 걸렸다. 인수협상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미국법인 손실이 드러나 난항을 겪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6월24일 KB금융은 KB손보를 계열사로 최종 편입했다.

어렵게 인수한 회사인 만큼 KB금융은 그룹 지주사에서 전략·기획 업무를 총괄하던 양종희 당시 지주 부사장을 KB손보의 새 CEO로 선임했다. 양 사장이 KB금융지주에서 KB손보 M&A를 진두지휘한 만큼 CEO로서 최적임자라는 판단에서다.

그의 취임 일성은 ‘위기’였다. 저금리와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금융당국의 보험상품 가격자율화 조치로 업체 간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2020년 보험업에 대한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건전성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양 사장은 “금융과 정보기술(IT)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핀테크 기업들이 보험사의 새 경쟁자로 등장하고 있다”며 “경영 전반을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양 사장은 KB손보 혁신에 본격 나섰다. 고객서비스와 리스크 관리, 비용구조, 상품 포트폴리오 등을 전반적으로 바꿨다. 영업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성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수입보험료는 4조7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1년 전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수입 보험료에서 보험금 지급액이 차지하는 비율인 손해율도 지난해 상반기 86.9%에서 올 상반기 84.4%로 개선됐다.

“영업 경쟁력을 키워라”

양 사장 취임 후 KB손보는 영업채널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다른 손해보험사들과 마찬가지로 KB손보 역시 사업환경 변화에 주목했다. 온라인 판매채널이 급성장한 만큼 보험설계사를 앞세운 전통적인 영업채널만으로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봤다.

KB손보는 전통적인 영업채널의 효율화와 전문화를 추진했다. 신규 판매인력 육성시스템을 개선하고 컨설팅 교육을 확대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다이렉트 채널’을 확대하기 위해 사내에 다이렉트본부를 신설하고 웹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손해보험업계의 신(新)시장으로 떠오른 인터넷 전용 자동차보험 시장 공략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리듬체조 스타인 손연재 선수를 모델로 내세워 TV광고를 내보내고 모바일 가입절차를 간소화하는 인프라도 확충했다. 그 결과 KB손보는 지난 6월 말 기준 인터넷 전용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점유율 6.3%로 2위에 올랐다. 이 분야 수입보험료도 지난 1월 말 65억원에서 6월 말 103억원으로 65% 증가했다. KB손보 관계자는 “삼성화재 등 경쟁사들보다 늦게 뛰어든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리스크 관리에도 본격적으?나섰다. 저금리 탓에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B손보도 마찬가지였다. KB손보는 자산 듀레이션(잔존 만기)을 확대하고 해외투자 및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상품구조도 장기물 위주로 개편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자본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은 올 들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KB손보의 RBC비율은 지난해 말 170.2%에서 올 상반기 188.8%로 급상승했다. KB손보 관계자는 “지난해 6월 KB금융 계열사 편입 직후부터 리스크 관리체계를 전면 재정비했다”며 “올 하반기 이후에도 경영전략의 초점을 수익성 개선 및 리스크 관리에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기를 넘어 일류기업으로”

지난 3월 취임 이후 양 사장이 개선한 건 경영시스템만이 아니다. 조직문화도 바꿨다. 인수합병(M&A)을 통해 KB금융 가족이 된 만큼 유기적·화학적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양 사장은 취임 첫날 KB손보 사옥 16개 층을 돌면서 전 직원을 만났다. 현장 직원들을 만날 때면 ‘소주 한 잔 하자’고 먼저 다가섰다. 현장 목소리도 경청했다. 그는 “보통 외부에서 온 CEO가 바깥에 컨설팅을 맡기는데 그런 방식보다는 우리 스스로 답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며 “직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찾고 개선하는 조직이 오래갈 수 있다”고 말했다.

KB금융그룹의 일원이 된 지 1년을 맞아 양 사장은 “KB손보의 지향점은 일류 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KB금융이란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만큼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를 이룬다면 KB손보가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양 사장은 “KB손보의 목표는 직원들 모두가 즐겁게 다닐 수 있는 회사, 그리고 고객이 명품처럼 자랑스러워하는 회사”라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년필 하면 몽블랑, 구두 하면 페라가모를 떠올리듯이 보험하면 KB손보를 떠올리게 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삼류 기업은 위기에 의해 파괴되고 이류 기업은 위기를 이겨내며 일류기업은 위기 덕분에 발전한다는 말이 있다”며 “KB손보 임직원과 함께 위기를 딛고 발전하는 일류 회사를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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