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금융부 기자) 스페인은 정치적인 혼란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경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총선 이후 6개월 동안 정부 구성에 실패해 지난 6월 다시 총선을 치렀지만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거든요. 하지만 다른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가와 달리 경제 부문에서는 2년 전부터 꾸준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4년 6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더니 지난해에는 성장률이 3.2%에 달했죠. 유럽연합(EU) 평균(2.0%)을 웃도는 수치입니다. 일자리도 10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늘었고요.
경제 지표는 나아졌는데도 스페인 은행들의 고민은 깊어지고만 있다고 합니다. 유럽 경제 위기 이후 스페인 경제가 회복하고 있는 건 맞지만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저축률과 위축된 투자 심리 때문이라네요.
최근 스페인에서 만난 한 은행원은 “위기에서는 탈출했지만 유럽 경제 위기 이전 수준까지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고 보는 스페인 국민들이 많다. 내년부터 2019년까지는 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이렇다 보니 각 금융회사가 각종 금융상품 투자 등을 장려하고 있지만 실제 투자 유치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불안한 시기에는 일단 뭉칫돈을 들고 있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스페인 은행들도 한국 은행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합니다. 일본 은행들의 불황 극복과 해외 사업 추진 사례를 검토하는 스페인 은행들이 많다고 하네요. 현재 스페인 은행들의 상황이 과거 일본 은행들과 비슷하다는 내용의 분석 보고서도 현지에서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부동산 거품이 특히 그렇습니다. 스페인은 유로존 국가 중에서 부동산 시장 충격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꼽힙니다. 스페인에서는 ‘금융=부동산’이라는 공식이 성립할 정도거든요.
구제금융 이후 스페인 은행들이 부동산에 대한 위험 노출도를 줄였지만 다른 유로존 국가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스페인은 유로존에 가입한 이후 상대적으로 싼 해외 자금에 힘입어 부동산 대출이 급증했고, 주택가격이 뛰는 등 부동산 호황기를 맞았습니다. 물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고, 유로존의 대표적인 취약국가가 됐고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영국 파운드화가 급락하면서 유럽 곳곳에 부동산 투자를 단행했던 영국 투자자들이 앞다퉈 자금을 회수하고 있습니다. 겨우 회복세에 접어든 스페인 경제가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다른 글로벌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스페인 은행들도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은행들 사이에서는 스타트업(초기 창업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죠. 은행마다 효과적인 자금 지원을 위한 전문 센터도 설립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역과 정치 상황은 달라도 각 국 은행들이 하고 있는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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