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재생 개발로 몽골 전력시장 주도권 잡는다

입력 2016-08-02 18:09
수정 2016-08-03 05:47
신재생에너지 자원 풍부한 몽골
태양광 발전소 건립 MOU 계기
전력인프라 시장 선점해 나갈 것

조환익 < 한국전력공사 사장 >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세계 영토의 20%가 넘는 대제국을 건설했던 칭기즈칸으로 잘 알려진 몽골은 세계 10대 자원 부국이기도 하다. 광물자원은 물론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자원도 풍부하다. 최근에는 동북아 역내 가교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지정학적 위치 덕에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중심축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의 몽골 국빈방문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수도 울란바토르를 찾았다. 영어보다는 한국어가 좀 더 잘 통한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몽골에는 20개가 넘는 대학교에 한국어 전공이 개설돼 있는 등 한류(韓流)가 생활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몽골 가정에 4명의 자녀가 있다면 한 명은 술 잘 먹는 사람, 한 명은 다단계 하는 사람, 한 명은 대학생, 마지막 한 명은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몽골 사람들은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에서 일하는 것을 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대통령 국빈방문으로 몽골에 부는 한류가 경제협력으로까지 확산해 몽골의 에너지, 인프라산업 등에 한국 기汰?진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몽골에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몽골 통신에너지 그룹 뉴컴(Newcom)의 경영진을 신재생에너지사업 협력을 위해 만났다. 젊은 최고경영자(CEO)의 패기 넘치면서도 진중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뉴컴은 몽골에서 10년 전부터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해오고 있으며, 최근 일본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몽골 최초의 통신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민간 항공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필요하다면 큰 위험도 감수하는 이들이야말로 몽골 시장경제의 새로운 장을 열 주인공들이라고 느꼈다. 미래를 보는 그들의 식견에 놀랐고,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한전보다 앞선 지식을 가진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칭기즈칸으로만 기억되던 기마민족 몽골을 재인식하고 그 가치를 다시 평가하게 된 것이다.

방문 기간 중 한전은 뉴컴, 소프트뱅크와 몽골 내 신재생에너지 개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한국산 기자재 수출효과가 큰 태양광사업을 우선 개발하는 단계적 사업추진 전략을 협의했다. 앞으로 몽골 전력계통 안정을 위한 주파수 조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 등을 통해 에너지신산업으로의 진출도 가능할 것이다. 몽골 국영송전회사인 NPTG 본사도 방문해 송전선로 건설, 설비효율 향상 등 협력가능 사업에 대한 논의와 함께 몽골전력계통 공동연구를 위한 MOU에도 서명했다. NPTG는 한전의 경험과 기술이라면 몽골 전력상황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높은 기대를 보였다. 그들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에서 한전의 역할이 앞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다.

현재 몽골은 전력사용량의 약 20%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전체 발전설비의 약 20%는 노후화로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송배전설비가 낡아 송전 손실률이 한국보다 4배 이상 높은 15%대 수준이며, 송전선로의 신설 또한 시급한 과제다. 이런 몽골의 에너지 상황을 감안할 때 한전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몽골 시장 진출 발판을 마련하고 발전소 신규건설 및 현대화, 송배전설비 컨설팅 등으로 업무영역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멀리 가려면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하고, 큰일을 하려면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는 몽골 속담이 있다. 몽골과의 에너지협력은 이제 태양광 발전을 시작으로 초석을 다지는 단계이지만, 머지않아 몽골 곳곳에 ‘팀 코리아(Team Korea)’의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동북아 슈퍼그리드까지 현실화돼 몽골의 태양과 바람으로 동북아를 밝힐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

조환익 < 한국전력공사 사장 >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