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중환자실 백의천사서 의료분쟁 중재자로…의사·환자 '윈윈' 이끌어

입력 2016-08-02 17:36
로스쿨변호사 시대 (3) 오지은 의료분쟁조정 심사관

서울대병원서 근무할 때
의사·환자 법정싸움 보며
의료 분쟁 전문가 꿈 꿔

환자 진료 기록 보면
치료 과정서 어떤 고통 있었는지
영화처럼 머릿속에 그려져


[ 고윤상 기자 ] “의료중재를 신청한 환자의 진료 기록을 보고 있으면 그분이 그동안 어떤 과정을 겪었고 의사는 어떤 의료행위를 했는지 영화처럼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원장 박국수)에서 심사관으로 일하는 오지은 변호사(35·변호사시험 4회·사진)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서류 속 이야기’를 볼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서울대병원에서 5년간 간호사로 일하다가 변호사가 된, 특이한 경력 덕이다. 오 심사관이 처음부터 변호사를 꿈꾼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때 심장마비로 쓰러진 아버지가 제대로 된 응급조치를 받지 못해 돌아가신 일을 겪으면서 간호사로 진로를 정했다. 2004년 서울대 간호학과를 나온 오 심사관이 첫 번째로 배치받은 곳은 서울대병원 중환자실. 간호사 사이에서도 힘들기로 소문난 곳이다.

간호사로서 경력?쌓일수록 늘어나는 의료분쟁도 그의 눈에 많이 띄었다. 중환자실 특성상 생사를 다투는 환자가 많아서다. 오 심사관은 의사의 의료행위에 불만을 제기하고 소송을 거는 사례를 보면서 의료분쟁 전문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의료분야가 워낙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다 보니 분쟁의 상당수는 의사와 환자가 소통하지 못해 일어나는 사례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통해 법조인이 돼야겠다는 꿈을 품게 됐다.

주변의 반대는 생각보다 심했다. 오 심사관은 “갑자기 변호사가 되겠다고 하자 주변 사람들이 ‘미쳤느냐’고 말렸다”며 “주변 만류에도 불구하고 로스쿨은 사법시험에 비해 불확실성이 적어 사회 경력자로서는 도전할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경야독한 노력 끝에 그는 2011년 한국외국어대 로스쿨 3기로 입학했다. 그는 “한국외대의 외국어 특성화 전략에 맞춰 면접장에서 ‘의료용어’라는 전문 언어를 번역하는 변호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로스쿨을 졸업한 오 심사관은 2015년 법무법인에 들어가 의료분쟁 관련 사건을 맡았다. 의료 소송은 생명과 관련된 문제다 보니 소송이 진행될수록 환자와 의사(또는 병원) 간 갈등이 심해졌다. 의료중재원에 따르면 의료 소송에 드는 기간은 평균 26개월, 평균 변호사 비용은 500만원이다. 돈과 시간도 문제지만 환자와 의사 간 신뢰관계가 무너지면서 국민은 의료계를 불신하고 의사들은 방어적 치료에 나서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오 심사관은 환자와 의사가 서로 ‘윈윈’할 길이 없을까 고민하던 끝에 지난해 11월 의료중재원에 입사했다.

의료분쟁조정신청은 분쟁을 겪는 환자들이 소송에 가기 전 의사(또는 병원) 측과 원만히 합의할 수 있는 마지막 과정이다. 오 심사관은 “환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의료용어와 치료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변호사로서 법적 지식을 더해 양측이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