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절반가량(49.9%)이 현재의 수익원이 사양화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환경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평균 8.4년 내 문을 닫을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대한상의가 전국 24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저성장시대에 대한 인식과 대응전략 조사’를 한 결과다. “졸면 죽는다”는 말처럼 그대로 있다가는 100년 기업은 고사하고 10년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자체 분석이 나온 것이다.
기업들은 워낙 시장이 빨리 변하는 데다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범용화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장 변화에 대한 자사의 적응속도가 74%밖에 안 된다고 응답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환경변화에 대처하지 않을 경우 예상 생존 가능기간은 전자(6.5년)가 가장 짧았고 자동차(8년) 기계(9년) 철강(9년) 정유(10년) 섬유(15.9년) 등으로 조사됐다. 전통산업은 상대적으로 ‘롱런’을 예상한 반면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 신산업일수록 단명을 예고했다. 무엇보다 한국 수출을 이끌고 있는 전자와 자동차 양대 산업이 10년을 못 넘길 것이라고 본 부분은 충격적이다. 국가를 대표할 이렇다 할 신수종 사업이 떠오르지 않고 있는 와중에 이들 주력업종이 예상대로 단명한다면 국가 전체로도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 인도 등의 급부상으로 글로벌 무한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대선을 앞둔 미국은 물론 멕시코 말레이시아 등 신흥국까지 한국 제품에 경쟁적으로 반덤핑 제소 등 수입 규제를 강화하는 요즘이다. 한국 제조업에서 획기적 혁신이 없으면 자칫 국내 산업기반 자체가 붕괴할 수도 있다는 경고다. 혁신을 위해서는 기업 노력은 물론 관련 환경 조성도 필수적이다.
조사에서 기업들은 2008년 금융위기 때에 비해 규제는 약간 개선됐지만 노동시장 유연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책임 부담도 많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정부는 물론 기업 규제에 혈안이 돼 있는 국회가 특히 눈여겨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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