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순 디지털전략부 기자) 헌법재판소가 7월 28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합헌결정을 내리자 기자사회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언론계에서는 이 법의 취지는 원칙적으로 공감하지만 취재현장에 실제 적용되는 것을 놓고는 냉소적인 편이다. 저널리즘은 공공적인 사건이나 인물에 관한 정보를 전하고 논평함으로써 사회적인 영향력을 확보하는 활동이다. 옐로우저널리즘, 제록스저널리즘, 블랙저널리즘 등 거무룩한 그늘도 더러 있지만, 공공저널리즘·시민참여저널리즘·데이터저널리즘 등 밝은 빛도 상당하다. 이 지점에서 기자들은 직업적 소명의식이나 양심의 영역을 법으로 건드리는 것이 해괴하고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밥이나 술 얻어먹는다고 저널리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은 결코 없(었)다는 기자들의 판단 때문이다.
한 종합일간지 기자(부장)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기자는 거지가 아니다. 먹어야 하는 사람이 먹자고 하니까 먹는 것일 뿐이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은 일반 기자가 아니라 언론사 사주나 국장급으로 제한해야 한다. (부정부패의 온상이랄 수 있는) 국회의원은 왜 포함되지 않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문제점은 법 조항의 모호성이다. 김영란법에 기술된 '원활한 직무수행', '직무 관련성'을 사정기관이 제각각 해석하면 모든 취재 및 보도행위가 수사대상이 될 수도 있다. 언론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한국기자협회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직후 "사정당국이 자의적인 법 적용으로 정상적인 취재·보도활동을 제한하고 언론 길들이기 수단으로 김영란법을 악용하지 않는지 똑똑히 감시할 것"이라며 유감 취지의 성명서를 냈다. 권력기관이 특정 언론사와 기자들을 압박하는 카드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처럼 기자사회의 비판적인 기류에도 여론의 풍항계는 조금만 돌 뿐이다. 여기에는 기업이 비용을 대는 기자들의 해외출장이나 홍보성 짙은 기사를 둘러싼 '흥정' 같은 관행은 더 이상 두면 안 된다는 따가운 시선들이 누적돼 있다. 언론의 신뢰도가 추락한 최근 몇 년간의 지표나 '기레기'라는 신조어 등장도 거든다. "오죽하면 기자를 법 적용 대상에 넣었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김영란법 합헌결정을 받아들이는 기자들 사이에선 "차라리 잘 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언제 그런 대접받고 기사 썼느냐", "대접은 받으면서 기사로는 비판할 때 마음이 아팠다" 등 기자들의 토로가 소셜네트워크에 쏟아졌다. 한 중앙일간지 기자는 29일 한 폐쇄형 SNS에서 "김영란법 합헌결정은 한국사회가 기자들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에서 좌우됐다. 언론게의 자정노력이 미흡했기에 법의 무대까지 와 버렸다. 정치권 일각에서 법 보완 논의를 지켜만 볼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자율 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글에는 다음과 같은 댓글이 실렸다.
"기자들 좋은 시절 다 끝난 게 아니다. 이미 좋은 시절은 끝났다는 걸 모르는 게 문제다"
졸지에 공무원이나 다름없게 된 기자들은 다시 좋은 시절-코미디 같은 법이 만들어지지 않는 현실-이 오도록 올곧은 저널리즘을 계속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당장에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품격의 저널리즘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이것은 졸속의 법으로는 단순히 가를 수 없는 위대한 저널리즘의 여정이기도 하다. (끝) / soon69@hankyung.com
한경+는 PC·폰·태블릿에서 읽을 수 있는 프리미엄 뉴스 서비스입니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