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대포폰 시장] 판매자 "적발된 적 없어…사용중지 땐 새 유심칩 지급"

입력 2016-07-29 19:18
대포폰 개설해보니

'선불폰' 검색하니 판매자 주르륵
개통 계약서 등 요구 전혀 없어
공기계에 끼우면 바로 사용가능
명의자 신분증 사진까지 보내줘


[ 박상용/황정환 기자 ] “지금 어디 계시죠? 가까우면 퀵으로 30분 안에 가져다 드립니다.”

지난 28일 한 선불폰 판매업자에게 전화를 걸어 “대포폰 하나 구입하려고 한다”고 말하자 이 같은 답이 돌아왔다. 판매업자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구글에서 ‘선불폰’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찾았다.

경찰의 협조를 받고 직접 시도해본 대포폰 구매는 너무 간단했다. 판매업자에게 외국인 명의로 개통된 선불폰인지 묻자 “내국인과 외국인 명의 차이로 인한 가격 격차는 없다”며 “내국인 명의 선불폰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대포폰은 명의 도용으로 개통한 휴대폰의 유심 카드를 뜻한다. 6만~7만원이면 유심을 끼워 쓸 휴대폰도 살 수 있다. 가장 저렴한 대포폰 유심 가격은 25만원이라고 했다. 그는 “한 달 동안 통화 50분, 문자 30통을 보낼 수 있는 1만1000원짜리 선불폰 서비스에 가입돼 있다”며 “나중에 충전하고 싶으면 연락을 주면 된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이어 “통화나 문자를 다 쓰더라도 전화는 계속 받을 수 있다”며 “중간에 명의 도용이 적발돼 사용이 중지되면 한달간은 새 유심칩을 주지만 현재까지 적발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유심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하자 2만원을 할인해줬다. 서울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근처에서 받길 원한다고 하자 “배달비는 3만원이고 두 시간 안에 갈 것”이라고 했다.

두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검은색 스쿠터를 탄 20대 남성이 나타났다. 현금 26만원(대포폰 유심값 23만원+배달비 3만원)을 건네자 노란 봉투를 줬다. 봉투 안에는 한 알뜰폰 사업자의 선불 유심카드가 들어 있었다. 카드에는 개통된 선불폰 전화번호와 명의자 이름이 적혀 있었다.

현장 거래가 이뤄진 지 30분이 지나자 판매자는 대포폰 명의자의 주민등록증 사진까지 문자로 보내왔다. 명의자는 인천에 사는 20세 여성이었다. 주민등록번호와 집 주소 등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대포폰 구매가 스마트폰 개통보다 간단하고 편리하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누구나 대포폰을 쉽게 구매할 수 있었지만 관련 당국에서 취한 조치는 전혀 없다”며 “스마트폰을 개통하려면 판매 대리점을 방문해 각종 계약서를 써야 하지만 대포폰은 이런 절차도 필요 없다”고 꼬집었다.

박상용/황정환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