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더 신속·정교해진 공급망관리…'수익 극대화 경영' 가속

입력 2016-07-29 17:56
수정 2016-12-19 15:32
CEO를 위한 경영학 <17> 분석학이 변화시키는 공급사슬관리

경영환경에 유연하게 대처
전통적인 모형에 온라인 데이터 결합
자동차제조사, 판매량 예측력 40% 높여
P&G는 운송 비효율 15% 이상 줄여

'수익경영' 확산 불러와
데이터 분석으로 가격·서비스 다각화
항공·의료·운송 등 분야서 주로 활용
분석학 발달로 다른 산업에 적용 늘어


기업은 제품 또는 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을 가장 효율적으로 맞추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초과 수요는 수익 기회의 상실을, 초과 공급은 비용 증가로 이어져 어떤 경우든 수익성에 비효율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제조업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효율적인 균형을 위해 ‘공급사슬관리’ 기법을 활용한다. 원자재가 제품으로 생산돼 소비자 손에 도달하기까지는 다양한 기업과 생산설비, 유통과정을 거치는데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최소의 비용으로 수요를 충족하는 기법이다. 소비자는 일상생활에선 이를 직접 느낄 수 없지만, 워낙 중요한 분야이다 보니 20세기 초부터 다양한 수리적 방법론과 정보기술(IT) 시스템이 동원돼 많은 혁신이 이뤄졌다. 공급사슬관리 분야는 21세기 빅데이터 및 비즈니스 분석학과 만나 효율성에 새 전기를 맞고 있다.


공급사슬관리 활동은 크게 조달·제조·배송·반품의 네 가지로 나뉘고, 여기에 단기·중기·장기 수요예측을 중심으로 하는 계획이란 활동이 뒷받침된다. 즉, 다양한 수요예측을 바탕으로 제품을 만들고 고객에게 배송할 때까지의 모든 활동을 관리해 효율적으로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계획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방법론은 수요예측기법이다. 수요예측을 위해서는 먼저 데이터 마이닝 기법을 활용해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을 뽑아낸다. 우유 판매량이 시리얼 판매량과 연관이 있다고 판명되면 이를 시리얼 수요를 설명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 다음 도출된 요인을 조합해 제품 판매량을 예측한다. 장기예측에는 거시경제자료, 인구통계학자료, 기술변화 추세 등을 활용하고 중·단기예측에는 제품군 간, 제품과 원자재 간의 관계 등을 고려해 보다 자세한 예측모델을 만들어 활용한다.

빅데이터와 분석학이 활성화되면서 공급사슬에 활용되는 수요예측에 근본적인 변화가 보이고 있다. 생산의 전 과정 및 배송, 반품 과정 등에서 많은 데이터가 추가 수집되기 때문에 예측모델에 활용할 수 있는 요인이 다양해지고 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전통적인 수요예측 모형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데이터가 결합되면서 기존에 데이터 부족으로 예측모형 구축이 어려웠던 제품들, 예를 들어 판매량이 많지 않은 자동차 모델에 대한 예측 등이 훨씬 정확해지고 있다.

어떤 자동차 제조사는 SNS와 온라인의 검색 및 질의응답 데이터를 기존 예측모형에 추가 활용해 예측력을 40% 이상 향상시키기도 했다. 자동차라는 제품 특성상 구매 전 SNS와 온라인에서 정보수집 활동을 많이 할 것이라는 점에 착안해 개별 소비자에 대한 매우 설명력 높은 구매예측모형을 만들 수 있었다.

조달은 핵심 공급자를 선정하고 공급가격 및 방식을 결정하는 활동이다. 분석학은 조달활동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론을 제공한다. ‘해석적 계층처리(analytical hierarchy process)’는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다양하고 이들을 판단할 기준 또한 다양할 때 이 과정을 정량화함으로써 공급자 선정 과정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할 수 있다. ‘공급사슬지도화(supply chain mapping)’는 천재지변이나 비상상황 시 공급사슬 위기관리에 큰 도움을 준다. 2012년 방글라데시의 한 공단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큰 피해가 발생했으나 월마트는 2011년에 이들을 공급자에서 제외해 피해를 보지 않았다. 시스코는 공급사슬지도화 및 ‘기업 사외관계망(enterprise social networking)’을 활용해 공급사슬의 취약점을 파악하고 파트너사와의 협력 관계를 관리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개발한 ‘sourcemap.com’과 같은 도구는 공급사슬 관계를 형상화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밖에 다양한 공급자를 대상으로 경매 시스템을 구축해 조달 가격을 결정하게 해주는 기능도 분석학의 영역이다.

제조활동에서는 먼저 제조와 관계된 설비들, 예를 들어 공장, 물류센터, 도소매센터의 위치 등을 네트워크 형태로 파악하고 이를 최적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네트워크가 방대하고 복잡해지면 전통적인 최적화 방법론으로 풀기 어렵기 때문에 최근 활발히 활용되는 유전자 알고리즘, 머신러닝 등을 활용해 접근한다. 또 다양한 제조 전략, 예를 들어 시장이 성숙하지 않아 수요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을 때 활용하는 ‘지연생산전략(postponement strategy)’의 경우 제품의 특성이 결정되는 순간을 최대한 늦추게 되는데 이를 뒷받침하려면 분석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장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 밖에도 제조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일정관리 즉, 생산에 필요한 인력 및 설비 등의 자원을 다양한 공정에 배분하는 작업도 분석학의 영역이다.

최근 콜센터, 의료기관, 항공사 같은 서비스 영역으로 적용이 확산되는 추세다. 배송 및 반품 단계에서는 운송 일정관리 등이 주된 활동이다. 코카콜라사는 디젤 운송차량 일부를 디젤·전기 하이브리드 트럭으로 교체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위해 자사의 차량 관리유지 비용, 차량 구매가격, 운송 수요, 과거 디젤 연료 가격 변화 등의 데이터를 이용해 디젤 가격의 변화 모형을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분기별 또는 디젤 가격 변화 시점마다 얼마나 많은 디젤·전기 차량을 구매하고 운행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동적수리모형을 구축해 활용하고 있다. 프록터&갬블은 컨트롤타워 시스템을 통해 인접한 모든 공급사슬 요소와의 운송 상황을 시각적으로 모니터링해 공급사슬상 운송의 비효율성을 15% 감소시키기도 했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전통적으로는 수요예측에 맞춰 생산 용량을 조절하는 방식이 대세였다. 그러나 항공, 의료, 운송, 숙박과 같이 이미 투자돼 갖춰진 생산 용량을 활용하지 않으면 낭비되는 특성을 가진 산업의 경우 가격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으로 수요를 조절, 생산 용량에 맞추는 ‘수익경영(revenue management)’ 방식이 대두하고 있다. 수익경영은 항공산업에서 처음 활용됐는데, 항공산업에서는 같은 좌석도 판매시기, 왕복, 편도, 환승, 마일리지 탑승, 제휴카드 등에 따라 수십 종의 가격 등급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가격 등급이 결정되면 항공사는 예약 한도를 결정하는데 이 예약 한도의 결정에는 등급별 수요, 예약 취소 확률, 소비자 성향 등이 고려된다. 만약 환승까지 변수에 넣는다면 문제는 훨씬 더 복잡해진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예약 한도를 결정하면 경매 시스템이나 동적가격 결정 메커니즘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수익경영은 제품 및 서비스 수요에 대한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추세에 힘입어 활발히 연구, 활용되는 추세다.

제품이 다양화하고 불확실성이 커지며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국제 경영환경에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반면 소비자와 공급사슬 전반에서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데이터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처하게 해줄 재료를 제공한다. 분석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이 속한 공급사슬 전반을 일관되게 개선해 나가는 건 어찌 보면 현대 경영환경의 복잡성을 이겨내는 데 필수불가결한 작업일 듯하다.

자라, 전세계 매장 판매·재고 실시간 파악

패스트패션의 선두주자인 스페인 자라(zara)는 빠른 정보 수집과 공급사슬 대응에 힘입어 성공했다. 의류 제품의 판매와 재고 상황은 실시간으로 공유되며 생산, 유통, 조달 의사결정에 바로 반영된다. 또 이 정보들은 동적인 상품 구성을 가능케 하는데, 매일 새로운 상품 구성을 통해 패션에 민감한 소비자의 소비심리를 파고든다.

자라는 무선식별(RFID) 시스템을 활용, 생산공장으로부터 판매시점관리(POS) 시스템까지의 과정을 모니터해 실시간으로 어떤 상품이 팔리고 있는지 파악하고, 판매가 발생할 때마다 재고주문을 하며 이 정보들을 전체 공급사슬에서 공유하고 있다.

패스트패션 시장과 마찬가지로 편의점 이용객은 선호도가 빠르게 바뀌고, 빠른 대응을 원하는 취향을 가지고 있다. 세계 최대 편의점 체인인 일본 세븐일레븐은 신선도를 강조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데, 일본 제조업의 강점인 ‘적시생산방식(just in time)’을 차용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POS 데이터를 공급 및 유통사와 공유해 미래 수요를 예측하고, 시간 단위의 판매 추이를 분석해 자라처럼 제품 구성에 동적으로 활용하고 낭비되는 식품류를 최소화하는 데 활용한다. 일례로 세븐일레븐의 우유 및 유제품 구성은 시간 단위로 바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