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았던 소수의견
"신고 안했다고 처벌 극히 이례적…과잉입법"
[ 박한신 기자 ] 헌법재판소가 ‘김영란법’과 관련한 헌법소원 4건을 모두 각하·기각하며 합헌 판단을 내렸지만 재판관 9명의 판단 중엔 소수 의견도 적지 않았다.
김창종·조용호 재판관은 민간인인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데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부조리에 국가가 전면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직무의 공공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민간영역의 본질적 차이를 무시하고 동일한 잣대를 적용한 것은 그 자체로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달성하려는 공익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반면 발생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 제한 정도는 중대하다”며 “제한되는 사익이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훨씬 커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공익이 제약보다 크다’는 전체 판결 취지와는 정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등 금품을 받을 수 있는 범위를 법률이 아니라 시행령으로 정한 데 대해 이정미·김이수·안창호·김창종 재판관은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이 기준은 공직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국민의 행동방향을 설정하는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고 공직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관련된 본질적인 내용”이라며 “국민에 의해 선출된 입법부가 법률로 결정해야지 행정부에 기능을 넘겨 정할 사항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공직자가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알면서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조항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 이정미·김이수·김창종·안창호 재판관은 “신고하지 않은 행위만으로 처벌하는 조항은 극히 이례적인 입법 형태”라며 “책임에 상응하지 않은 형벌을 부과한 것이므로 균형을 상실한 과잉입법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