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KEB하나은행 '원뱅크' 시너지 가속…핀테크 앞세워 해외로 진격

입력 2016-07-28 16:59
수정 2016-07-28 17:38
전산통합으로 3년간 1500억 절감
새 서비스·상품개발에 투자 확대

전 직원 PB처럼 일하는 시스템
'로보어드바이저'도 은행 첫 도입


[ 김은정 기자 ] 하나금융그룹은 올 하반기 리딩뱅크(선도은행) 경쟁에 본격 뛰어든다. 올 상반기에 KEB하나은행이 옛 하나·외환은행의 정보기술(IT) 시스템 통합을 마무리하면서 시너지 창출이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전산 통합을 계기로 온라인 전용상품 출시 등 비(非)대면 채널 경쟁력을 높이고 은행과 비(非)은행 간 협업을 강화해 자산관리와 글로벌사업 부문에서 속도를 낼 방침이다.

◆‘원뱅크’ 통합 시너지 본격화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옛 하나·외환은행 전산 통합의 성공적 마무리를 기념해 ‘원뱅크 선언식’을 열었다. 전산 통합으로 옛 하나·외환은행과 거래해온 소비자는 전국 933개 KEB하나은행 모든 영업점에서 같은 업무를 볼 수 있게 됐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9월 옛 하나·외환은행 萱括?하나로 통합했지만 전산시스템이 달라 창구업무는 이원화를 유지했다. 이 때문에 지난 9개월 동안 1400여명을 투입해 여신·수신, 외국환, 재무회계, 투자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전산 통합 작업을 준비했다. 이번 전산 통합으로 그동안 중복 투자된 각종 비용 절감이 가능해졌다. KEB하나은행은 앞으로 3년간 약 1500억원의 전산 투자 비용을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외주 의존도까지 낮추게 돼 내부 IT 역량을 끌어올릴 기회도 됐다.

금융권 내 경쟁은 단순한 업권 간 경쟁을 뛰어넘어 소비자 중심의 가치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전산 통합을 이 같은 소비자 중심의 다양한 신규 서비스와 상품 출시의 계기로 삼고 있다. 문화, 조직, 각종 제도를 전반적으로 점검해 계열사 간 협업의 효율성을 강화하는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계열사 임직원으로 구성된 협의회를 꾸려 상품·서비스 포트폴리오 역량을 높일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국내외를 포괄하는 여러 유형의 상품 개발과 운용에 힘을 쏟고 있다.

영업점 간판도 KEB하나은행으로 교체하고 영업점 직원 교차 발령 등을 통해 옛 하나은행의 강점인 자산관리 업무와 외환은행의 장점인 외국환·수출입 업무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폭넓은 자산관리·기업금융 특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KEB하나은행은 ‘전 직원의 프라이빗뱅커(PB)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문 인력을 각 영업점에 배치해 금융자산이 3000만원 이상이거나 장기 거래하는 소비자에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국내 은행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로봇을 통한 투자자문) 서비스인 ‘사이버 PB’를 자체 낱峠杉?

◆핀테크 앞세워 속도 내는 글로벌 진출

하나금융은 글로벌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연내 중국에 현지법인 2곳을 추가로 내고 인도네시아에 6개 지점을 개설할 예정이다. 멕시코사무소는 현지법인으로 전환하고 필리핀 저축은행 인수 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금융의 글로벌 전략은 이미 진출해 있는 글로벌 거점을 최대한 활용해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하고,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투 트랙’으로 추진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 동략을 발굴해야만 한다는 절실함이 깔려 있다. 통합 법인이 출범한 중국과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지화 작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국내외 핀테크(금융+기술) 기업과 협업·합작을 통해 개발한 금융상품도 현지 영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KEB하나은행은 모바일뱅킹 서비스인 ‘원큐(1Q)뱅크’를 앞세워 중국 소매금융(리테일) 시장 공략에 나섰다. 외국계 은행 중 처음으로 고객이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비대면 서비스를 출시했다. 비대면 실명 확인은 신분증을 촬영한 뒤 전화번호 인증, 현지은행의 기존 실명계좌 연결 등으로 이뤄진다. 5분 안에 계좌를 개설하고 금융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지점망이 부족한 단점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 중심의 기업금융 영업으灌?성장 및 수익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원큐뱅크는 하나금융이 해외 리테일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개발한 모바일뱅킹 서비스로 지난해 1월 캐나다에서 처음 선보였으며, 올 2월 국내에 출시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중국하나은행은 전체 직원의 96%, 지점장의 80%, 개인 고객의 69%가 현지인”이라며 “원큐뱅크를 통해 중국 핀테크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 12만명가량인 개인 고객을 1년 안에 두 배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은 중국 원큐뱅크 이용자를 위해 한국 의료관광과 제휴한 금융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성형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에게 통역 제공, 진료비 할인 등의 혜택을 줄 계획이다. 올 하반기부터는 모바일 신용대출, 해외 간편송금서비스도 내놓는다.

계열사 통합 멤버십 프로그램인 ‘하나멤버스’도 하나금융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하나멤버스는 계열사 실적과 제휴사 포인트를 합산하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포인트를 현금화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출시 8개월 만에 가입자 500만명을 넘어섰다. 하나금융은 하나멤버스가 단순한 통합 포인트 제도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리테일 소비자 확대를 이끌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속적인 서비스 개선을 위해 하나금융은 ‘행복한 소비자, 즐거운 직원’이라는 경영 철학 아래 다양한 채널로 영업점 현장의 의견을 듣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 개발의 중심에는 소비자가 있기 때문에 각 직원이 은행을 대표하는 ‘주인’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藪岾隔?있다”고 말했다.


문화예술 후원 아끼지않는 KEB하나은행

파독 간호사 연극단…DMZ 다큐영화제…서울시립교향악단…

하나금융그룹은 사회공헌을 금융회사의 의무이자 책임으로 여기고 있다. 단순한 재정 지원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로 사회에 기여할 방안을 모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더 그렇다. 하나금융의 메세나(기업의 문화예술 지원)는 개별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연속성과 지속성을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다. 또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느끼고 체감할 수 있도록 생활 속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파독 간호사로 구성된 빨간구두 연극단에 대한 후원이 대표적이다. 빨간구두 연극단은 지난 4월 7박9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서울 대학로에 있는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파독 간호사의 애환을 담은 자전적 연극 ‘베를린에서 온 편지’를 공연했다. 행사 당일 공연장에서는 1960년대 파독 간호사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사진전도 열렸다.

이번 공연 등은 하나금융이 간호사 파독 50주년을 기념해 추진한 ‘파독 간호사 모국 초청 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하나금융이 1차원적인 후원이 아니라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공헌이라는 메세나의 본래 취지를 고민한 결과였다.

하나금융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 국가인 한국 비무장지대(DMZ)에 대한 관심을 키우기 위해 2012년부터 DMZ 국제 다큐멘터리영화제를 후원하고 있다. DMZ가 의미하는 평화, 생명, 소통의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마련된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 다큐멘터리영화제다. 이 영화제를 통해 81개국 849편(지난해 기준)의 작품이 공개됐다.

연속성·지속성을 강조하는 하나금융의 사회공헌 철학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가 서울시립교향악단 후원이다. 하나금융은 2006년부터 11년째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대표적인 공연을 ‘하나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후원하고 있다. 10여년간 이어지고 있는 후원 활동이 클래식 문화의 저변 확대와 클래식 공연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금융이 문화예술 전문잡지를 내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KEB하나은행 전국 영업점에서 소비자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으며, 국내외 다수 기관에서 여러 차례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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