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바이오랩, 피부 상담으로 정보 수집
중국 17개 매장서도 서비스…LG생건도 피부톤 측정해줘
차별화된 제품 개발 도움
[ 강영연 기자 ]
“피부에 유분이 적고 지방산이 부족해 피부 장벽이 약해진 상태네요. 오메가3를 드시고 세라마이드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을 사용하세요.”
지난 25일 서울 명동에 있는 아이오페 바이오랩 명동점. 연구실처럼 꾸며진 바이오랩 한쪽 세면대에서 세안한 뒤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상태에서 피부 진단이 시작됐다. 다양한 기기를 이용해 색소침착, 유분, 수분, 탄력, 눈가주름, 모공, 피지분포 등 피부의 전반적인 상태를 측정했다.
측정을 마친 뒤 박사급 연구원과 상담을 했다. 현재 피부 상태와 앞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30분 정도 상담이 이어졌다. 제품을 추천하고 세안 방법 등 생활습관에 대한 조언도 해줬다. 상담이 끝나자 샘플까지 챙겨줬다. 이곳에선 한 시간에 한 명, 하루에 16명만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빅데이터 서비스 강화
화장품업체들의 빅데이터 활용이 한 단계 발전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데이터를 활용해 신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얻거나 마케팅을 하던 데서 나아가 직접 피부에 대한 빅데이터를 수집해 활용하는 것이다.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아모레퍼시픽이다.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인 아이오페는 2014년부터 바이오랩을 운영하고 있다. 방문자의 피부 상태를 측정 진단해줄 뿐 아니라 보습 탄력 색소 항산화 등과 관련한 20개의 피부 유전자를 분석해준다.
아모레퍼시픽은 작년 6월 중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K뷰티(화장품)의 가장 큰 시장인 중국 여성들이 가진 피부 고민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중국 내 17개 매장에서도 피부 측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메이크업 브랜드 VDL은 작년 3월부터 피부톤 측정 서비스인 ‘컬러인텔서비스’를 하고 있다. 피부톤을 측정해 110개의 피부톤 데이터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고, 이에 어울리는 파운데이션, 립스틱 등을 추천해준다. 고운세상 닥터지도 지난 25일 유전자 기반의 피부 멘토링 서비스 ‘마이 스킨 멘토 DNA’를 시작했다.
◆‘취향저격’ 제품 개발 이어져
화장품 회사들이 빅데이터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어서다. 아모레퍼시픽이 이달 초 출시한 ‘아이오페 바이오 에센스 인텐시브 컨디셔닝’은 바이오랩의 데이터를 이용해 개발한 제품이다.
이현영 아이오페 바이오랩담당 브랜드매니저는 “축적한 데이터를 통해 나이가 들면 피부에서 항산화 효소와 수분 등이 빠져나가는 것을 관찰하고 이를 막아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VDL은 피부톤 측정 서비스로 한국 여성들의 피부톤과 선호 색상에 대한 데이터를 얻었다. 백지미 VDL 브랜드매니저는 “전체 고객의 40%가 일반 파운데이션에서 23호의 피부톤이지만 23호 판매량은 15%에 불과하다”며 “본인 피부톤보다 밝은 색상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를 반영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필요를 분석해 제품을 개발, 판매하기 때문에 매출에도 도움이 된다. 백 매니저는 “컬러인텔서비스를 도입한 매장은 측정 결과에 따라 제품을 구입하기 때문에 환불 사례가 적다”며 “한 명이 들어와서 구입하는 가격을 의미하는 객단가도 2배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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