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털 강자 야후의 몰락이 말해주는 것

입력 2016-07-26 18:07
인터넷 포털의 선구자 야후가 인터넷 사업부문과 보유 부동산을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에 매각했다는 소식이다. 매각금액이 48억달러로 2000년에 기록한 야후의 황금기 시가총액의 4%에 불과하다. 한때 인터넷 포털시장에서 최고 강자였던 야후의 씁쓸한 퇴장이다. 2014년 구글 출신인 머리사 메이어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해 부활을 시도했지만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버라이즌은 지난해 인수한 AOL과 야후를 합병할 계획이라고 한다.

야후는 1994년 제리 양과 데이비드 파일로가 인터넷 웹사이트를 분류한 디렉토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작한 기업이다. 당시 일반인이 인터넷을 채 알기도 전에 이들은 이미 검색엔진을 개발할 만큼 선구적이었다. 검색기능을 비롯해 이메일 뉴스 인터넷쇼핑 등 폭넓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포털사이트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세계 검색 시장 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후는 구글 등 강력한 검색 기술을 가진 포털이 나오면서 차츰 경쟁력을 잃었다. 포털시장이 PC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대응도 늦었다. 페이스북이 이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에서는 명함도 내지 못했고 스냅챗과 같은 채팅 플랫폼에서도 밀렸다. 3개월이 멀다 하고 새로운 플랫폼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인터넷 생태계에서 제대로 변신하지 못했다.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물론 야후만이 아니다. 블랙베리와 노키아 모토로라 등 정보통신업계의 정상들이 쏜살같이 변하는 시장 트렌드에서 한순간 한눈을 팔았다가 낭떠러지로 추락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이들 기업은 기술의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자신의 제품에 안주하다 뒤처지고 말았다. 기존의 틀을 파괴하는 혁신에서 한걸음만 머뭇거려도 곧바로 도태되는, 피말리는 경쟁의 연속이다. 지난날의 영광을 노래하거나 자만한다면 앞날이 빤한 게 현실의 비즈니스다. 졸면 진짜로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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