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TPP 포함한 무역협정, 미국 일자리 늘리는 방향으로 재검토 필요"

입력 2016-07-26 17:59
민주·공화 모두 '보호주의'

민주 "과도한 자유화 중단"…공화 "양자간 협정만 추진"
한·미FTA, 법률시장 개방…통상압력 거세질 가능성
최저임금 시간당 15弗로↑…현지 진출 한국 기업에 부담


[ 필라델피아=박수진 기자 ]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통령선거에 나서면서 모두 보호무역주의 성향의 정강(政綱: 집권 시 펼칠 정책의 청사진)을 공식 채택해 교역국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기존 무역협정의 재검토(민주당)와 전면 재협상(공화당)을 거론하고 있어 미국에서 내년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적지 않은 통상압박이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도 보호무역 기조 강화

민주당이 25일(현지시간) 채택한 정강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이 담겼다. 정강은 “지난 30여년간 미국이 체결한 많은 무역협정이 종종 대기업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반면 노동자 권리와 노동 기준, 환경, 공공보건을 보호하는 데는 실패했다”며 “이제는 과도한 (규제)자유화를 중단하고 미국의 일자리 창출을 지지하는 무역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이런 원칙을 반영하기 위해 여러 해 전에 협상한 무역협정들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믿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도 “(위에 제시한) 이런 것들이 TPP를 포함해 모든 무역협정에 반드시 적용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적시했다. FTA이든 TPP든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협상에는 재검토해 대응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한·미 FTA는나쁜 협정”

앞서 지난 21일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연설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는 “한·미 FTA는 일자리를 죽이는 나쁜 협정”이라며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해 모든 FTA를 재협상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 일자리를 뺏거나 미국의 자율 결정권을 구속하는 TPP 같은 다자 간 무역협정도 앞으로 체결하지 않고, 양자 간 무역협정만 맺겠다고 말했다.

워싱턴가 전문가들은 내년 새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당장 FTA 협정 재협상 등을 요구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의회는 각 대선 캠프의 과격한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에 “무역협정에 관한 한 의회의 역할이 크다”고 선을 긋고 있다.

당장 우려되는 건 한·미 FTA 이행문제 등에서의 압력이다. 오린 해치 미 상원 재무위원장은 지난 5월 주미 한국대사관에 약값 결정 과정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의 투명성, 법률시장 개방, 금융정보 해외위탁 규정 면제 등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한국이 새롭게 TPP에 가입하려면 기존 무역협정 합의 사항부터 잘 이행하라는 압박이다.

민주당 정강에 포함된 최저임금 시간당 15달러 인상도 현지에 진출해 있거나 앞으로 진출할 한국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대목으로 꼽힌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경선기간에 시간당 12달러를 주장했으나 경선 경쟁자이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주장을 막판에 받아들였다. 샌더스 의원은 지지자들에게 “우리가 이룩한 것들에 대해 스스로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간 100만달러를 넘게 버는 최고 부유층에 30%의 최저세율을 부과하는 ‘버핏세’도 현지 진출 기업인들의 의욕을 꺾을 가능성이 크다. 클린턴 전 장관은 500만달러 이상 소득자에게는 세율을 4%포인트 더 높여 적용할 예정이다.

○안보 문제에선 입장 갈려

북핵문제와 동맹외교 분야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입장이 확연히 갈리고 있다. 민주당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인도양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호주와 일본, 뉴질랜드, 필리핀, 한국, 태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내에서는 당내 주류와 대선후보인 트럼프의 생각이 갈리고 있다. 공화당 주류는 ‘미국 우선주의’에 기초해 동맹 관계를 재조정하려는 트럼프의 생각에 반대하고 있다. 정강에는 방위비 분담문제와 미군 철수 가능성 등에 대한 언급이 모두 빠졌다. 그러나 트럼프는 지난 21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방위비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국은 언제든지 협상장에서 나올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미군 철수 가능성을 언급했다.

필라델피아=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