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로펌에 자리잡은 외국계 변호사들의 조언
한국, 체계적 법조인프라 갖춰…국제중재 등 역할 더 커질 것
한국변호사도 해외 적극 진출…법률시장 경쟁력·평판 높여야
[ 이상엽 기자 ]
지난 1일 법률시장을 3단계로 개방한 가운데 국내 대형 로펌에서 근무하고 있는 파란 눈의 외국 변호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법무부에 등록한 외국법자문사가 아니어서 직접 자국법 자문에 응할 수는 없지만 국내 변호사를 돕는 등 로펌 내 역할이 적지 않다.
현재 김앤장 등 6개 대형 로펌(변호사 수 기준)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 변호사는 모두 400명. 이 중 동포 또는 유학생 출신 등 한국계를 제외한 순수 외국인 변호사는 51명이다. 미국 국적 변호사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 호주 독일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한국에 자리잡은 배경 또한 다양하다. 학부 시절 선교 활동을 계기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는 존 드라이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국제조세팀 팀장을 맡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7년간 근무해 이슬람 금융에도 정통한 그는 “한국은 일본, 중국보다 뛰어난 법률 시스템과 역량을 갖고 있 ?rdquo;며 “체계적인 법조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것이 정착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매튜 크리스텐슨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또한 선교 활동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가 매료된 경우다. 미국으로 돌아가 하버드대학원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하고 로스쿨을 졸업한 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국제중재 전문가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작년에는 서울을 동북아 국제중재의 허브로 키우고자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는 “한국은 뛰어난 대륙법 체계를 갖고 있으면서도 영미법의 유연함 또한 동시에 갖춘 나라”라며 “국제중재에서 한국이 갖는 역할과 상징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몇 안 되는 독일 출신 변호사 중 한 명인 법무법인 화우의 베른하르트 포겔 씨는 국내에 진출한 유럽 기업에 법률 컨설팅을 해주다 한국에 정착한 사례다. 1992년부터 한국에서 생활해온 그는 다년간 한국 법률을 연구해 관련 서적을 유럽에서 출판하기도 했다. 포겔 변호사는 법률시장 개방을 경험한 독일을 예로 들며 “법률시장 개방이 국내 법조계에 끼칠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법조산업의 파이를 늘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사내 문화에 대한 생각도 들어봤다. 최근 박태환 선수의 리우올림픽 출전 결정에 도움을 준 법무법인 광장의 국제중재팀 소속인 미셸 소넨 변호사는 “한국의 사내 문화는 미국 등과 비교해 일의 전문성뿐 아니라 개인적인 유대감과 친화력 또한 중요시한다”며 “해외 근무를 위해선 해당 국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법무법인 세종의 유일한 비(非)한국계 외국 변호사인 아리 어너시 씨는 “중국과 한국에서 어학연수를 받는 등 아시아 시장의 국제중재 전문가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선뜻 해외로 나가기는 어렵겠지만 다수의 외국 로펌과 외국 변호사가 한국에 진출하고 있듯 한국 변호사들도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에 도전해 국내 법조시장의 경쟁력과 평판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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