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필 정치부 기자) “오늘 어디가서 밥 먹어야 하나? 넌 어디로 갈거야?”
휴일인 24일 출근한 새누리당 출입기자들이 때아닌 행복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새누리당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중진의원들이 중앙당사 인근 식당을 예약해놓고 ‘출입기자 유치 경쟁’을 벌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장면은 지난 4월 총선 참패 이후 당 출입기자단과 함께하는 주요 정치인들의 일요일 오찬이 뚝 끊긴지 두달만이었습니다.
비박(비박근혜)계인 김용태, 정병국 의원은 각각 국회 인근 돈가스와 국수집을 예약했습니다. 두 식당 간의 거리는 불과 30미터 밖에 되지 않습니다. 국수집에 가려면 돈가스전문점을 지나가야 해서 두 후보 측 식당으로 가려는 기자들은 ‘눈치’를 봐야 했습니다.
친박(친박근혜)계인 이주영 의원은 오리고기 전문점을 예약했습니다. 김 의원과 정 의원 측이 예약한 식당보다 다소 거리가 멀다는 점을 고려해 미리 준비한 차량으로 국회 기자실과 중앙당사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들을 실어나르는 ‘정성’도 보였습니다. 이 뿐 아니라 이 의원 측은 이날 식당 메뉴에는 없는 ‘장어’를 그의 지역구인 마산에서 직접 공수해와 선보였습니다.
일부 언론사는 고참급 기자들까지 총 동원돼 세 곳으로 나누어 갔습니다. 세 후보의 밥자리 중 한 곳을 선택한 기자들은 나머지 두 곳에서 들리는 정보를 종합하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각 선거캠프 측 관계자들은 다른 후보들과 기자단 오찬이 겹친 것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 선거캠프 관계자는 “먼저 기자단 오찬을 준비한 것은 우리”라며 “우리가 오찬을 주재한다는 정보가 새나간 것이 아니냐”고 했습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기자단 오찬이 겹치지 않도록 서로를 배려했던 여의도의 ‘관례’를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그만큼 이번 전당대회가 지지율이 엇비슷한 후보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는 방증이겠지요.
그렇다면 세 의원이 마련한 오찬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왔을까요? 각각 오찬에 참석했던 기자들과 메신저로 얘기해본 결과, 정 의원과 이 의원 측 오찬에는 70여명이, 김 의원 측 오찬에는 15명 정도가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저는 어디로 갔냐고요? 오전 11시 50분까지 고민하던 저는 “박 기자! 어디가려고 그래요?”라며 평소 친분이 있던 한 보좌관의 눈에 걸려 세 곳 중 한 오찬 장소로 강제소환(?)됐습니다. (끝)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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