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부상하는 신고립주의, 대응책은 혁신뿐이다

입력 2016-07-24 17:56
"장기침체 속 확산되는 신고립주의
대외의존도 높은 한국엔 큰 타격
규제혁파로 고부가산업 육성해야"

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경제학 >


침체를 지속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충격이 겹친 지 한 달이 지났다. 유럽경제 성장둔화에 따른 수출 감소와 잠복한 국제금융 불안이 발등의 불이다. 브렉시트는 중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의 큰 흐름이 반(反)세계화, 신(新)고립주의로 돌아서는 전환점이 되리란 점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서는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 세계 경제는 성장률이 낮아지는 뉴노멀, 장기정체 상태에 빠져들 것으로 예견돼 왔다. 위기 발생 8년이 지났지만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영국까지도 위기 이전에 비해 성장률이 낮은 수준을 지속하는 등 글로벌 경제의 뉴노멀, 장기정체는 현실화되고 있다.

이런 뉴노멀, 장기정체 상태로 인한 결과가 더 큰 문제다. 전문가들은 장기 저성장 속에서 각국이 제 살길을 모색하면서 무역자유화, 자본이동자유화와 같은 세계화 추세에 대반전이 일어나고 신고립주의가 대두할 것이라는 점을 예견해 왔다. 근래 미국의 탯?꼰╂濚? 보호무역주의 강화정책이나 일본 중국 유로존 등의 통화 절하정책도 각자도생 정책의 일환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세계화와 반세계화는 반복해 왔다. 1870~1914년 기간을 역사적으로 첫 번째 세계화 기간으로 본다. 이 기간 세계무역은 연평균 4% 증가해 187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0%였던 세계무역 규모가 1914년에 22%로 두 배 넘게 증가하고, 자본이동도 연평균 4.8% 늘어 같은 기간 자본이동규모가 GDP 대비 7%에서 20%로 크게 증가했다. 그 결과 세계 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1인당 소득도 높아졌다.

그러나 1914~1929년 세계화가 후퇴해 세계무역규모는 GDP 대비 16%로, 자본이동규모도 8%로 위축됐다.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실업이 증가해 파시스트 나치가 등장하고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2차대전 후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무역기구들이 창설되면서 다시 세계무역 규모는 GDP 대비 42%, 자본이동 규모도 21%까지 확대되면서 세계 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로존 위기로 세계 경제는 다시 정체기를 맞으면서 보호무역주의 확산, 자본이동제한 등 반세계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브렉시트는 이런 반세계화, 신고립주의로의 전환에 일대 전기가 될 전망이다. 영국은 자유무역과 노동개혁 등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국가다. 그 결과 최근 3년간 연평균 2.4%의 성장을 달성해 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럽대륙 국가는 아직 규제가 많아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 복지는 과도한 실정이다. 일자리가 없는 동·남유럽인들이 영국으로 몰려들고 있는 이유다. 영국 전체 취업자 3150만명 중 외국인이 520만명에 달하는 가운데 연간 33만명의 이민자가 유입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연간 분담금은 영국 GDP 2조8000억달러의 1.1%인 300억달러 수준이다. 혁신적인 영국은 규제가 많은 대륙국가들의 이민을 받아주면서 이들 국가를 위해 막대한 분담금을 지속하기에는 한계에 달했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영국은 브렉시트를 ‘혁신 대 규제’의 문제로 보고 있다. 필자가 만난 에이먼 버틀러 애덤스미스연구소장은 “대륙의 규제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EU 회원국들의 이탈도 예견되고 있다. 바야흐로 저성장 뉴노멀 추세 속에서 각국이 살기 위한 반세계화 신고립주의의 물꼬가 터진 것이다. 한국도 근본적인 세계 경제의 전환기라는 점을 인식하고 규제혁파와 혁신,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육성해 내수의존도를 높이는 등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경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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