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의 성공하는 실패학개론…"실패한 직원에 상 줍니다"

입력 2016-07-24 17:34
더 많은 실패 저질러라

현대백화점 '실패열전상' 만들어
단기 매출에 연연하지 말고 성과 미흡해도 과정 좋으면 포상
MLB 단독 기획전 펼쳤지만 선수 부상 등 악재로 매출 부진
LED 정원 조성 프로젝트 등 참신한 아이디어에 높은 평가


[ 정인설 기자 ] 현대백화점이 신규 사업을 추진하다 실패한 직원에게 상을 주기로 했다. 이 상은 정지선 회장(사진)이 제안한 것이다. 실패를 용인하는 기업문화를 정착시켜 직원들의 도전정신을 키우기 위해서다.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다른 직원들이 의미있다고 평가하는 실패를 찾기 위해 임직원 투표 등을 통해 포상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실패 장려해 창조정신 키워야”

현대백화점은 신규 사업을 벌이다 실패한 직원 중 일부에게 상을 주는 ‘실패열전상’을 신설했다고 24일 밝혔다. 해마다 상·하반기 두 차례 포상할 예정이다. 이번엔 올 상반기 본사와 전국 15개 점포에서 새로 시작해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26개 사업을 대상으로 심사한다. 경영진이 선발하는 기존 포상제도와 달리 백화점 임직원이 온라인 투표로 평가하는 비중을 전체 점수의 70%로 정했? 나머지 30%는 경영진 심사 점수다. 오는 29일 수상자를 선정한다. 본사에서 두 팀, 일반 점포에서 두 팀을 수상팀으로 정해 상금과 고급 호텔 숙박권 등을 주기로 했다.

현대백화점은 2014년부터 새로운 시도를 하는 직원에게 ‘퍼스트 펭귄상’을 줬다. 성과 우수자뿐 아니라 실패자도 포상 대상이었지만 주로 결과가 좋은 직원들이 상을 받았다. 이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정 회장이 실패한 사례만 따로 모아 시상하는 제도를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정 회장은 “성과가 미흡해도 발상과 과정이 좋았다면 사내에서 사례를 공유해야 한다”며 “실패열전상을 통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도전정신과 창조정신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단기 매출에 연연하지 말고 기존에 없는 사업에 도전해 5년 후, 10년 후 미래를 내다보자”고 주문했다.

아이디어 좋아도 시장 상황 탓에 고전

실패열전상 응모작은 예상치 못한 외부 변수 때문에 결과가 좋지 못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지난 2월 야구 중심의 스포츠 전문 브랜드인 MLB 단독 기획전을 시작한 게 대표적이다.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가 사상 최대인 7명이어서 인기가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추진했다. MLB는 특정 업체와 단독 상품을 만들지 않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지만 김선형 현대백화점 영패션팀 차장을 중심으로 10여차례 MLB 본사를 찾아 어렵게 단독 계약을 맺었다. 지난 3월 메이저리그 시범경기가 개막한 뒤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투수 오승환을 제외하고 국내파 빅리거가 대부분 교체 멤버나 벤치 멤버에 그쳤다. 다행히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등이 살아나면서 출전 기회를 늘렸지만 부상 등 각종 악재로 메이저리그의 인기는 기대에 못 미쳤다. 현대백화점의 MLB 단독 기획전도 반응이 예상보다 덜했다. 준비한 물량 중 티셔츠는 60%, 모자는 10%만 팔렸다.

LED 정원 조성 프로젝트도 실패 사례다. 현대백화점 천호점 옥상에 LED 조형물을 설치해 겨울철 야간에 고객을 끌어모으려 했으나 성공적이지 못했다. 겨울에 추운 옥상까지 올라오는 사람이 거의 없어 하루 목표치의 5%인 100여명만 옥상을 찾았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장(전무)은 “결과가 좋지 않아도 조직에 도전정신과 창조의식을 확산시킨 직원들에게 계속 상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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