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하 기자 ]
속초가 아닌 서울에도 '포켓몬(포켓몬스터)' 사냥꾼들이 나타났다. 이들의 사냥감은 '몹(몬스터)'이 아니라 닌텐도 같은 새로운 투자 대상이다. 금융투자의 중심지 여의도에도 포켓몬 고 열풍이 불고 있다.
21일 한낮의 무더위를 한꺼풀 벗은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하나금융투자(하나금융지주) 본사 10층 투자설명회장에는 다양한 일반 투자자 100여명이 모였다. 포켓몬이라는 이름부터 낯선 초로의 투자자부터 현직 게임업계 종사자까지 다양했다.
설명회 참석자들의 얼굴에는 포켓몬이라는 새로운 추세와 관련 투자처에 대한 궁금증이 역력했다. 이날 설명회는 닌텐도 등 지적재산권(IP)을 보유한 일본 기업들에 대한 분석과 일본 주식거래 소개로 나눠 쉬는 시간없이 1시간 30여분 동안 진행됐다.
60대의 이상길 씨(가명)는 경기도 수원시에서 여의도를 찾았다. 이 씨는 "스마트폰 게임 자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좀 더 체계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와보게 됐다"고 참석 이유를 밝혔다.
박민영 씨(32)는 평소 알고 지내는 투자동호회 지인과 함께 참석했다. 그는 "포켓몬은 우리나라와 일본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20~30대에게 너무 친숙한 캐릭터"라며 "포켓몬 외에도 錤姆뎨?건담을 보유한 남코반다이, 키티로 유명한 산리오 같이 친숙한 IP를 보유한 기업들에 대한 정보가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주식투자에 익숙한 참석자들이 있는 반면 해외뿐 아니라 국내 주식 등에 투자 경험이 전혀 없는 참석자들도 있었다. 일부는 신기술을 활용한 신규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남다른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진영 씨(가명·38)는 "평소 일본 기업 등 해외 주식 투자는 해본 경험이 없어서 설명회에 와보게 됐다"며 "요즘 이슈가 되는 닌텐도뿐 아니라 다른 IP를 보유한 기업들에 대한 정보도 들을 수 있어서 유익했다"고 말했다.
IT·미디어 관련 컨퍼런스 기획자인 김선진 씨(28)는 "가상·증강현실(VR·AR) 등 신기술을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포켓몬고를 계기로 투자 쪽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위치기반서비스(GPS)나 AR 기술의 적용 한계를 깨트린 포켓몬고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고 언급했다.
권재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포켓몬고의 성장성은 일본 시장에서의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 연구원은 "기존 모바일 게임의 과금체계와 달리 지역을 기반한 새로운 광고 수익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며 "포켓몬고의 파급력과 나이언틱의 과거 사례(인그레스)를 봤을 때 성공 가능성이 상당히 커보인다"고 내다봤다.
포켓몬고가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 등과 연계한 광고 사업을 수익 모델로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자가 스폰서십을 맺은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 매장이나 은행, 지역 관광센터 등 특정 장소에 가면 아이템 등의 보상을 받는 식이다.
이미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닌텐도 외에 IP로 주목받을 만한 다른 기업을 찾는 투자자들도 많았다.
실제 해외 주식투자를 고려 중인 노수현 씨(55)는 "20여년간 국내 주식 투자만 해왔는데 이번 포켓몬고 이슈를 계기로 해외 주식에도 관심이 생겼다"며 "트랜스포머의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타카라토미도 좋은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귀띔했다.
일본의 타카라토미는 포켓몬 장난감 관련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장난감 제조회사다. 트랜스포머 관련 판권도 보유하고 있다. 산리오는 1974년 출시한 헬로키티 IP를 가지고 있다. 연 매출은 700억엔 대부분이 헬로키티에서 발생한다. 반다이남코는 건담과 드래곤볼, 나루토, 울트라맨 등 유명 IP를 활용, 프라모델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연 매출은 6000억엔 수준이다.
다만 닌텐도나 다른 일본 기업 외에 다양한 투자상품에 대한 정보는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황성욱 씨(가명·38)는 "포켓몬고 관련 시장 동향과 종목 분석 정도에 그쳐서 (설명회가) 기대했던 바와 달랐다"며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해외 IP기업들로 구성된 주가연계증권(ETF)이나 다른 금융 상품에 대한 분석이 없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남택민 하나금융투자 해외증권팀 부장은 "실제 포켓몬고 열풍 이후 해외 투자 거래대금이 6배 이상 불어나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번 투자설명회 기획 배경을 강조했다. 이어 "투자자들의 요구에 맞춰 유명 IP나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해외 기업을 소개하고 관련 투자상품도 지속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민하 한경닷컴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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