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만 보고 간다' 전자부품업계 '베트남행' 가속도

입력 2016-07-19 15:33
삼성전자 관련 부품사 및 계열사, 베트남 투자 확대
현지물량 신속대응, 원가절감 통한 수익개선 목적




[ 이진욱 기자 ] 삼성전자가 베트남을 해외 핵심 생산 거점으로 삼고 투자 확대에 나서면서 관련 부품업체들의 베트남행이 가속화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발광다이오드(LED) 전문업체인 루멘스는 베트남 빈증성 미푹공단에 신규 공장을 증설한다. 1만평 규모 토지를 매입 후 건축에 들어갔으며, 오는 9월 가동한다.

루멘스가 만드는 LED는 TV나 스마트폰 LCD 화면에서 불을 밝히는 광원으로 사용되며 자동차, 냉장고 실내등에도 적용된다. 때문에 이번 투자는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카메라모듈 업체들의 베트남 투자도 탄력을 받고 있다. 기존 카메라모듈에서 발전한 듀얼카메라 수요가 확대된 점도 맞물렸다.

카메라 모듈업체 나무가는 최근 듀얼카메라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베트남 제2공장을 증설했다. 회사 측은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차기 스마트폰 모델에 들어가는 물량을 선점하기 위해 공장 증설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미 제2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 일부는 삼성전자에 납품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파트론도 베트남 공장을 통해 삼성전자 물량에 대응하고 있다. 이미 베트남에 5개 공장을 보유중인 파트론은 갤럭시노트7에 최초로 도입된 홍채인식기능에 필요한 카메라모듈을 단독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휴대폰의 절반 정도는 베트남에서 생산된다. 삼성전자는 2011년 베트남 북부 박닝성 옌폰공장에 휴대폰 1공장을 가동한 뒤 2013년에는 동북부의 타이응웬성 옌빈공단 휴대폰 2공장을 세워 갤럭시S와 보급형 모델 생산비중을 대폭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남부 호치민 사이공 하이테크 파크에 TV와 생활가전을 생산하는 소비자가전(CE) 복합단지 건설을 추진중이다. 2020년까지 총 20억달러가 투입되는 이 복합단지는 최근 TV 생산에 들어갔다. 최근 이전을 결정한 광주사업장 김치냉장고 라인도 이곳으로 이전된다.

삼성전자의 행보에 관련 계열사들은 현지 물량에 대한 빠른 대응이 가능하단 점을 들어 베트남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휴대폰 1공장이 있는 옌폰지구에 패널 모듈 조립공장을 지어 지난해부터 가동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총 30억달러를 투자해 생산능력을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2010년 하노이에 휴대폰, PC 등에 사용되는 소형배터리 공장을 건립해 삼성전자와 동남아 고객사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특히, 이르면 올해안에 청주와 중국 우시에 이어 베트남에 편광필름 3공장을 착공하는 신규 투자계획도 확정했다.

삼성전기는 최근 베트남 공장의 생산비중을 높이고 원가구조 개선작업을 진행하는 등 중저가제품에 탑재되는 후면 카메라모듈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의 중저가 스마트폰에 카메라모듈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련 부품업체들은 물량공급 이점 외에 원가 절감도 베트남 진출의 주요 배경으로 꼽고 있다.

베트남은 인건비가 매우 낮다. 베트남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현지 근로자들의 연평균 소득은 2014년 기준 7460만동(한화 384만원)이다. 제조업의 경우 평균 6800만동(한화 350만원)이다. 노동 연령대가 낮은 점도 매력적이다. 베트남 인구 총 9000만명 중 30세 이하 젊은이가 절반에 달하고, 인구 전체의 70%가 노동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베트남은 인건비가 낮아 원가를 대폭 절감할 수 있고, 삼성전자라는 든든한 공급처가 있으니 투자가 확대될 수 밖에 없다"며 "삼성전자가 향후 CE복합단지를 건설하게 되면 부품사들의 이전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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