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12일(11:1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올 상반기 건설회사의 회사채 발행은 전무했다. 2013년 이후 얼어붙었던 건설사 회사채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심리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대외 불안 요인까지 겹치면서 대형 건설사조차 회사채 발행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시공능력 기준 1위인 삼성물산(신용등급 AA+)이 지난달 16일 30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하긴 했지만, 전체 매출 중 건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43%밖에 되지 않는 ‘반쪽자리 건설사’라는 점에서 사실상 건설사의 회사채 발행은 전무했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 평가다.
상반기 포스코건설(A+) 대우건설 GS건설 롯데건설(이상 A0) SK건설(A-) 등 10대 대형 건설사 중 다섯 곳이 총 1조1100억원어치 회사채 만기를 맞았지만 모두 차환(만기가 돌아온 채권의 상환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새 채권을 발행)하지 못하고 회사가 보유한 현금으로 상환했다.
A증권회사 기업금융본부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일부 증권사들 ?미(未)매각 위험을 감수하고 건설사의 회사채 발행을 대행해주고 수수료를 챙겼는데, 요즘은 그런 증권사도 사라졌다”고 전했다. 삼성물산을 제외한 건설사 중 회사채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회사는 작년 11월 10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한 현대산업개발(A0)이 마지막이었다.
회사채 발행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일부 건설사는 주가연계사채(ELB)를 발행하는 식으로 자금 조달 루트를 옮겼다. ELB는 주식으로 바꾸거나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가 붙은 ‘혼합형’ 채권. 지난달 한화건설(BBB+)은 2500억원어치 교환사채(EB)를, 두산건설(BB+)은 1500억원어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현금을 확보했다. 두 건설사의 ELB는 이자도 최대 연 6%에 달할 정도로 높은 데다 교환(인수) 대상 주식 가격이 오르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에게 비교적 높은 인기를 끌었다.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난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해외 사업장 부실 우려가 남아 있는 데다 국내 주택 경기도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이유에서다. B증권사 채권 연구원은 “건설사 가운데 ‘정상적인’ 회사채 발행이 가능한 곳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AA-)밖에 남지 않았다는 비관론도 나온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