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굴리는 '한국형 헤지펀드' 나온다

입력 2016-07-18 18:23
수정 2016-07-27 15:43
진화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쿼터백투자자문, 내달 첫 출시…해외ETF 등 다양한 자산배분전략
BSMIT, 로보어드바이저 일본 수출…NH-아문디, 내달 공모펀드 출시


[ 김우섭 기자 ] 로봇이 굴리는 한국형 사모(헤지)펀드가 다음달 처음으로 출시된다.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 열풍과 함께 주목받은 로보어드바이저(인공지능 로봇을 활용한 투자자문) 업체들이 일반 투자자 영역인 공모펀드뿐만 아니라 고액 자산가들이 이용하는 헤지펀드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파생상품·채권 등 ‘멀티 전략’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공모펀드(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펀드)를 출시한 쿼터백투자자문이 헤지펀드 운용사 전환을 신청하고 다음달 첫 헤지펀드 상품을 내놓는다. 이번주 예정된 헤지펀드 운용사 전환을 위한 금융감독원 실사를 통과한다면 다음달 첫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49인 이하의 투자자로부터 최소 1억원 이상을 받아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쿼터백투자자문은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연산규칙)을 활용해 해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을 기본으로 한다. 이 헤지펀드는 가격이 내릴 것 같은 ETF를 빌려 공매도하는 쇼트 투자 기법과 레버리지·인버스 ETF, 채권, 파생상품 거래 등 다양한 전략을 추가로 활용할 계획이다. 조홍래 쿼터백투자자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생상품시장에서도 컴퓨터가 스스로 데이터 오류를 점검하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며 “다양한 자산배분 전략을 통해 변동성을 낮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펀드의 연간 변동성(목표 수익률)은 10~15% 수준으로 설정됐다.

지난해부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은 낮은 변동성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과를 올리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지난 4월 판매를 시작한 이후 2.60%(지난 15일 기준)의 수익률을 올렸다. 680개 해외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4.49%)보다 7.09%포인트 높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된 지난달 24일 이후 1.98%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업체 간 ‘옥석 가리기’ 전망도

후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도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BSMIT는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중 처음으로 일본 중위권 증권사인 SMBC닛코증권에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을 수출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조만간 체결하기로 했다. 이 회사의 로보어드바이저 엔진 ‘파봇’은 국내 주식과 상장 ETF에 투자해 연초 이후 5.94%(대표계좌 기준)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다음달 초 디셈버앤컴퍼니와 손잡고 국내 2호 로보어드바이저 공모펀드를 내놓을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이 조만간 퇴직연금 시장까지 진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철저한 자산 배분을 바탕으로 외부 충격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이 장기간 꾸준한 성과가 필요한 퇴직연금 시장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배터먼트 등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도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한 뒤 4년 동안 연평균 48.5% 성장했다.

다만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업체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업체 간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배터먼트는 펀드를 판매한 지 6년이 됐지만 아직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손실을 본 업체가 나오기 시작하면 시장 진입과 퇴출이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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