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불명 A씨 토지 보상금
공탁금 4억원 빼내려 시도
[ 박한신 기자 ]
미국 여권과 캘리포니아주(州) 정부 인증서 등 외국 문서를 위조해 법원에 공탁된 토지 수용보상금을 타내려던 이들이 검찰에 구속됐다. 얼마 전 여자농구 선수 첼시 리의 출생증명서 위조 사건이 터지는 등 외국 문서 위조가 잇따르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외국 문서를 위조해 서울북부지방법원에 공탁된 재개발 토지보상금 4억원을 가져가려던 송모씨와 서모씨가 공문서·사문서 위조 및 행사, 사기 등의 혐의로 최근 검찰에 구속됐다. 이들은 생사가 불분명한 원래 토지 소유자 A씨가 수년째 공탁된 보상금을 가져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재개발 조합 등으로부터 들은 뒤 공탁금을 가로채기로 모의하고 범행을 저질렀다.
A씨가 미국에 거주 중인 시민권자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A씨의 미국 여권, A씨가 캘리포니아에 거주 중이라는 내용의 주 정부 인증서 등을 허위로 꾸며 법원에 제출했다. A씨가 자신들에게 공탁금 청구를 위임했다는 위임장도 위조했다. 피의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외국 문서는 위조 사실을 가려내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들의 해외 왕래가 늘어나고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이 많아지면서 외국 문서 위조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현 송인욱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외국 문서를 위조해 이민 간 소유자의 땅을 팔아버리고 땅값을 챙긴 사례도 있었다”며 “국내 문서에는 일련번호가 있고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만 외국 문서는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사기 등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는 “국가 차원의 외국 문서 위조 방지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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