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는 북 핵·미사일 막는 방패막이
중국·러시아 반발은
한·미 동맹 분열 노린 '생트집' 불과
우리 군사주권은 우리가 지켜야
[ 강현철 기자 ] 정부가 고(高)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를 배치하기로 최종 결정하자 중국과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이 두 나라는 왜 대한민국이 적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방어 무기’를 배치하는 데 반발하는 걸까? 이는 중국이 부상하면서 격랑이 일고 있는 최근의 세계 정세와 맞물려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8일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결정 발표 후 곧바로 “강렬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외교부 성명’을 통해 “미국과 한국이 중국을 포함한 관련 국가들의 명확한 반대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선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러시아 역시 외교부 성명을 통해 “미국의 행보는 세계 전략적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해당 지역의 긴장된 정세를 고조시키고, 비핵화 목표 실현 등 한반도 현안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며 “심각한 우려와 반대를 표명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중국·러시아, 한국 사드배치 강력 반발
중국과 러시아는 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걸까? 첫째는 사드의 탐지 능력을 꼽을 수 있다. 사드의 ‘AN/TPY-2 레이더’는 ‘전진배치 모드(forward-based mode)’와 ‘종말 모드(terminal mode: 사격통제 모드)’ 등 두 가지 방식으로 운용한다. 전진배치 모드는 최대 탐지거리가 1800㎞에 달한다. 우리나라 사드 레이더가 전진배치 모드로 배치되면 중국 수도인 베이징은 물론 주요 군사 지역과 러시아 일부 지역까지 감시할 수 있다.
한·미 양국은 종말 모드로 사드를 운용한다는 입장이다. 종말 모드는 1000㎞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감지한다. 탐지거리는 짧으나 요격에는 최적화돼 있다. 주한미군에 배치될 사드 레이더 종말 모드의 사정거리는 이보다 짧은 600~800㎞다. 후방 지역에 배치될 경우 한반도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 중국과 러시아를 들여다보기 어렵다. 한·미 양국은 “사드는 어떠한 제3국도 지향하지 않는다”며 사드 배치는 오로지 북한 위협에 대한 방어적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둘째는 사드 배치로 동북아시아에서 창과 방패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미국의 세계 전략 일환으로 이해한다. 아직 중국의 역량으로는 상응한 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운 방패(사드)가 동북아에 등장함으로써 중국의 창(전략 미사일)이 무력화되고 이는 힘의 균형을 깨뜨려 중국에 막대한 군사적·경제적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다이쉬(戴旭) 중국 국방대 교수는 “사드 배치로 6·25전쟁 이후 반세기 동안 이어진 대국 간 균형이 깨지고 역내 군비 경쟁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입장은 다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서 중국이 대한민국을 지켜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은 유엔의 북한 제재에 동참하고는 있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전략적 균형을 깨뜨리는 것은 사드가 아니라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사드 배치의 근본적 원인은 북핵”이라고 지적했다.
사드 배치가 확정되면서 공은 중국으로 넘어갔다. 중국은 앞으로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까?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지난 9일 △한국과 경제관계 왕래 금지 △중국시장 진출 허용 불가 △사드 관련 기업·기관과의 경제관계 중단과 왕래 금지 △중국 시장 진출 차단 △사드 배치 지지 한국 정계 인사의 중국 입국 제한과 그들 가족 기업에 대한 제재 등을 거론했다. 중국이 대한민국과의 관계 단절까지 초래할 수 있는 이런 초강력 카드를 쓰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지난 2000년 마늘 파동처럼 한국산 수출품에 대한 규제,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 제한 등은 생각해볼 수 있다. 중국은 또 북한 껴안기에도 나설 가능성이 없지 않다.
북한 위협에 대한 방어체제 구축이 핵심
이춘근 이화여대 겸임교수는 “중국이 사드에 반대하고 있지만 중국에는 한반도를 겨냥하고 있는 미사일 기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