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맏형' 독일마저…마이너스금리 국채 발행

입력 2016-07-14 18:38
10년만기 국채 -0.05%

'브렉시트 쇼크'로 불확실성 우려…스위스, 모든 국채금리 마이너스
글로벌자금 안전자산에 몰려…미국 30년물 '사상 최저'에도 뭉칫돈


[ 뉴욕=이심기 기자 ] 독일이 13일(현지시간) 10년 만기 국채(분트)를 마이너스 금리에 발행했다. 독일뿐만 아니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미국도 30년 만기 장기국채 120억달러어치를 역대 최저 수준인 연 2.17% 금리에 발행했다.


○“안심하고 맡길 데가 없다”

이날 독일이 시행한 48억유로(약 53억달러) 규모의 국채발행 입찰에 유럽 각국 자금이 몰리면서 금리가 연 -0.05%까지 떨어졌다. 일본과 스위스가 10년 만기 국채를 지난 3월과 4월 각각 마이너스 금리에 발행한 적은 있지만 유로존에서는 독일이 처음이다. 독일 국채금리는 유럽 다른 나라 국채금리에 벤치마크가 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훨씬 클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이 향후 유럽 경제 전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안전자산에 ‘묻지마 투자’를 감행할 정도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설명이?

이날 스위스도 2058년 만기가 돌아오는 42년짜리 국채를 -0.02% 금리에 발행했다. 이 역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스위스는 5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지난 5일 -0.003%까지 떨어지면서 만기별로 모든 종류의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이날 영국의 10년물 국채금리도 연 0.74%로 떨어져 최저가에 근접했다. 이는 1년 전 연 2.1%보다 1.4%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이제 채권을 아무도 ‘픽스트 인컴(fixed income)’으로 부르지 않는다”며 “대신 ‘픽스트 도네이션(fixed donation)’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고 말했다. 확정수익을 제공하는 안전투자 상품인 채권이 발행기관에 일정액을 기부하는, 손해보는 투자가 된 비정상적인 시장 상황을 빗댄 것이다. NYT는 투자자들이 국채를 매입하는 ‘특혜’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뒤틀린 단면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물 건너가는 美 금리인상 전망

미국의 만기 30년짜리 장기국채도 연 2.17%의 역대 최저금리로 이날 발행됐다. 발행 물량이 120억달러에 달했지만 세계에서 투자금이 몰리면서 기존 최저 금리였던 지난해 1월의 연 2.43%보다 0.26%포인트 낮아졌다. 스톤앤드매카시리서치의 존 카나반 시장분석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미 국채가 안전자산이면서 플러스 수익률을 제공하는 최고 투자처”라고 말했다. 일본과 독일 등 유럽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유일하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안전투자 상품은 미 국채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뜻이다. 신용평가회사 피치에 따르면 이미 세계에서 발행된 국채 중 약 3분의 1에 달하는 11조7000억달러어치는 마이너스 금리에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금리인상 시 큰 손해가 발생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글로벌 투자금이 국채에 쏠리는 것은 초완화적 통화정책이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에 찬 시장 분위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14일 영국 중앙은행(BOE)은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현재 연 0.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8월 회의에선 완화적 통화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 중앙은행(Fed)도 연말까지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으로 월가는 예측하고 있다.

로버트 캐플란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휴스턴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 “Fed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벗어나는 데 인내심을 가져야 하며 점진적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방은행 총재는 “기존 통화정책이 실패하면 (무차별적 돈 살포를 의미하는) ‘헬리콥터 머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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