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GMO 기술 활용 위한 혜안이 필요한 때

입력 2016-07-13 18:09
"GMO식품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미국 과학한림원은 "안전하다" 결론
지속가능 삶 위해서도 필요한 기술"

박기환 < 중앙대 교수·식품공학 / 한국국제생명과학회 회장 >


지카바이러스 감염 모기 퇴치, 부족한 영양소를 공급하는 ‘황금쌀’,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는 땅콩, 극심한 가뭄을 견디고 자라는 곡식, 메탄가스 배출이 적은 소 ….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봄직한 생명과학의 산물들은 의외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환경 오염을 줄이고 지속적인 인간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이미 우리 일상과 가까운 곳에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생명과학이 선사할 미래에 대해 기대에 부풀어 있는 반면, 그와 함께 발전해 온 유전자변형식품(이하 GMO식품)에 일부 소비자들은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GMO식품에 대한 두려움은 불안감에서 비롯된다. 1994년 미국에서 첫 유전자변형 토마토가 시판된 이래, 안전성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반대론자들은 GMO식품이 암이나 불임을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세계보건기구(WHO), 미국의사협회(AMA),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등 다수의 국제 연구기관과 생명과학자들은 공통적으로 GMO식품이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다. 많은 기관이 공식 발표를 통해 GMO식품의 안전성을 입증하고 있다. 최근 미국 과학한림원(NAS)은 지난 20여년에 걸친 900여편의 연구논문을 검사한 결과, 시장에서 판매되는 GMO식품이 일반 식품과 같이 안전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다수의 독립 연구기관에서 하는 동물 실험에서도 GMO식품이 비(非)GMO식품에 비해 위험하다는 증거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GMO 반대론자들이 자주 인용하고 있는 2012년 프랑스 칸 대학의 세라리니 박사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유전자변형 옥수수를 투여한 쥐에서 2배 이상의 종양이 발견됐다는 내용)을 철회했다. “실험 설계 및 진행 과정에 오류가 있었다”는 점에서다.

유전자변형 기술이 적용된 작물들은 20여년이 넘게 안전성을 검증받아 식품과 의약품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인슐린, 혈우병 치료제, B형 간염 항원 백신 등이 GMO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고, 옥수수 유래 전분당은 비타민C 합성 원료로 공급되고 있다. 베타카로틴 성분을 강화한 ‘황금쌀’은 매년 30만명에 달하는 개발도상국 아이들의 생명을 구한다. GMO는 농업 발전에도 기여한다. GMO 옥수수의 등장 이래 지난 20년간 GMO를 이용한 농법은 농약 사용량을 37% 감소시켰으며, 재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도 감축시켰다. GMO는 환경오염과 인구증가로 미래에 닥칠 세계적인 식량부족 문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리가 소비하는 식품의 80%를 수입하는 현실 속에서, 또 기후변화 등으로 식량의 안보화가 대두되는 상황에서는 국내 농업생산을 통한 자급자족 측면에서도 적극 고려해야 하는 기술이다.

새롭게 등장하는 과학기술은 언제나 기대와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과학 기술은 꾸준히 우리 삶의 질적 개선을 이끌어 왔으며, 앞으로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 문제에서 구체적인 해결책으로써 주목받고 있다. 중요한 것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객관적인 판단이다. 식품안전을 총괄하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이미 GMO식품에 대한 안전성을 인정, 식품 및 사료로 사용하도록 허가했고 소비자의 알권리 측면에서 표시기준을 운영하고 있다.

GMO식품뿐만 아니라, 신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형태의 식품들에는 국민건강에 위험이 없도록 다른 국가들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안전성 평가를 하고 있다. 식약처의 정책 운용에 대해 신뢰를 갖고 안전성 우려 논란보다는 GMO 기술을 올바르게 활용하는 혜안이 필요한 때다.

박기환 < 중앙대 교수·식품공학 / 한국국제생명과학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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