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사라진 만물인터넷(IoE)

입력 2016-07-13 13:25


(라스베이거스=임원기 IT과학부 기자) 시스코는 지난 2014년 사물인터넷(IoT)이 한창 이슈가 되고 있을 때 만물인터넷(IoE, Internet of Everything)이란 용어를 사용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 해 여름 열렸던 시스코 라이브 2014에서 당시 존 체임버스 CEO(최고경영자)가 만물인터넷을 주창했습니다.

당시 그가 말했던 IoE는 IoT에 대비되는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보다 확장되고 발전적인 느낌을 줬습니다.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말까지 들었죠. IoE의 Everything은 사물만을 뜻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람, 사물과 사물이 연결되는 복합적인 의미로 사용됐습니다. 이후 IoE는 시스코의 차별화 포인트로 널리 사용됐습니다.

그런데 올해 ‘시스코 라이브 2016’에서 갑자기 IoE란 말이 사라졌습니다. 로완 부사장(Rowan Trolloppe) 부사장의 발표에서도, 척 로빈스 CEO의 발표에서도 IoE는 없었습니다. 시스코 역시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IoT란 말을 썼습니다. 시스코의 공식 자료에서도 IoT란 말이 사용됐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척 로빈스 CEO의 기자간담회에서 당연히 이 이슈가 나왔습니다. 기자들이 질문을 한 것이죠. ‘IoE는 어떻게 됐습니까’

로빈스 CEO는 약간 당황한 듯 보였습니다. “연결되지 않는 것들이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웃으면서 넘어가려고 했으나 질문이 계속되자 그는 “IoT냐 IoE냐는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람과 사물이 연결되면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과정이고 변화가 중요한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또 “여전히 IoE라는 개념은 유효하고 가치가 있다”면서도 “둘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섞어서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직원들의 반응은 좀 달랐습니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시스코 직원은 “처음부터 IoE는 마케팅용어 아니었나. 우린 그렇게 알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직원은 “이제 내부에서도 아무도 IoE란 말을 쓰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마케팅용어였기 때문에 어차피 수명이 제한돼 있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갑자기 자취를 감춘 데는 올해 시스코가 쟈스퍼(Jasper)를 인수한 영향도 있습니다. 시스코는 IoT분야의 플랫폼 기업 쟈스퍼를 무려 14억 달러를 주고 인수를 했는데요, 쟈스퍼는 그동안 IoT 플랫폼 분야의 대표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을 여러 차례 내세웠습니다. 시스코 입장에선 쟈스퍼가 IoT 플랫폼의 신흥 강자라는 점, IoE에 대한 대중 인식이 아직 낮아서 자칫 헷갈릴 수 있다는 점, 어차피 마케팅용어인데다 CEO도 존 체임버스에서 척 로빈스로 바뀌었다는 점 등 때문에 IoE를 계속해서 지킬 이유가 없어졌다는 게 시스코 내부의 시각입니다. (끝) /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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