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혼돈의 미국 대선, 먼로주의 부활은 경계해야

입력 2016-07-12 18:23
전당대회 앞둔 미국 대선과 양당 정책분석

경제분야 공약은 진보 성향, 통상은 보호주의 색채 강해
트럼프, 다자무역협정에 부정적…안보 무임승차론도 우려
정책대결은 클린턴이 유리…글로벌 '우머노믹스' 거세질 듯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제45대 대통령’으로 향하는 미국의 대통령선거 일정이 다음주 예정된 양당 전당대회(공화당 18~21일 클리블랜드, 민주당 25일 필라델피아)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에 진입한다. 코커스(당원만 참여), 프라이머리(당원과 주민 함께 참여)를 통한 제1라운드 ‘인물검증’ 단계에서 민주당은 힐러리 클린턴,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가 후보로 결정됐다. 전당대회에서 최종 추인되면 제2라운드인 ‘정책 대결’이 본격화된다. 인물검증 단계에서 나타난 가장 뚜렷한 특징 중 하나는 정치적 경험이 없는 아웃사이더의 활약이다. 특히 트럼프의 부상은 눈부시다 할 정도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각종 여론조사, 정치전문 사이트 등이 불가능하다고 봤던 예상과 달리 불과 5개월이란 짧은 기간에 공화당 후보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앞으로 3개월간 정책 대결을 거쳐 누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인가는 당사국인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의 최대 관심사다. 1년 전 20%포인트까지 벌어졌던 두 후보 간 여론조사 지지도(클린턴 우세)도 이달 들어서는 5%포인트 이내로 줄어들어 최종 결과를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

양당 전당대회 이후 더 구체화될 경제 분야 공약에서 종전에 볼 수 없던 것은 전반적으로 ‘진보’ 성향이 높아진 점이다. 인물검증 단계에서 미국 국익 회복에 초점을 맞춘 트럼프의 민족주의 정책이 미국 국민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두 후보 모두 부유세 도입에 찬성하거나 조세회피 방지에 강한 의지를 내비친 공약이 대표적이다.

기업가 출신답게 트럼프는 미국이 다시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업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현행 최대 38%인 법인세와 39.5%인 개인 사업체(소규모 업체 포함) 세율을 15%까지 대폭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클린턴은 법인세율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조세회피 목적으로 기업이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국적 포기세(Expatriation Tax)’ 도입이란 색다른 공약을 내세워 눈길을 끌고 있다.

對美 무역흑자국에 高관세

대외통상 분야는 보호주의 색채를 더 강화하자는 데 두 후보가 기본적으로 의견을 같이한다. 종전 대선에서는 민주당이 ‘보호주의’, 공화당은 ‘자유무역주의’를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오히려 트럼프는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협정(FTA), 환태평양경┻예鳧玟河?TPP) 등 기존 대외통상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해 세계인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중국 일본 멕시코 대만 한국 등 대규모 대미(對美)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에 최대 45%에 해당하는 ‘고(高)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서슴없이 밝히고 있다. 또 이들 국가 통화 가치의 대폭적인 평가절상을 요구하는 등 환율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30년간 미국 국민의 실질소득이 정체된 것은 자유통상정책의 폐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나온 극단적인 공약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민정책에 대해 클린턴은 ‘포용’, 트럼프는 ‘철퇴’ 방침을 내세워 대조적이다. 트럼프는 멕시코 국경에 대형 장벽을 설치해 신규 불법 체류자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방침을 대선 출마 선언 때부터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모든 무슬림 입국을 금지하겠다는 입장도 밝혀 벌써부터 이슬람국가(IS) 등 국제테러단체(미국 내 자생적 테러단체 포함)의 공적이 되고 있다.

동맹 정책도 극명히 갈려

한국을 비롯한 전통적 동맹국에 대한 정책에도 극명한 차이가 있다. 클린턴은 ‘함께 강해진다(Stronger Together)’는 공생적 슬로건을 내세웠다. 반면 트럼프는 ‘위대한 미국을 재창출하자(Make America Great Again)’는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히틀러식 국수적 슬로건을 내걸고 동맹국과의 관계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주한 미군에 대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한국 정부가 방위비 100%를 부담하지 않으면 완전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국 국익 확보에 최우선순위를 두는 ‘먼로주의’의 부활이다.

두 후보 간 의견을 같이하는 유일한 분야가 보건복지 공약이다. 미국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료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기본 골격은 동일하다. 하지만 트럼프는 2012년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한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오바마케어(PPACA)’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경쟁 촉진으로 약값 하락 등을 유도해 의료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반박했다.

미국 대선은 크게 세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공약에서 나타난 각종 정책, 선거 모금액, 대선 당시 집권당의 경제성과다. 정책대결은 클린턴이 유리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트럼프는 정치 또는 정책적으로 ‘아웃사이더’, 클린턴은 퍼스트레이디와 국무장관 등을 거치는 동안 ‘정책이 몸에 밴 베테랑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선거 모금액은 클린턴이 압도적으로 많다. 트럼프가 부유세 도입, 월가(街) 개혁 등을 주장해 공화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금융인, 기업인, 부자 계층의 이익을 대변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지지층이 반대당인 클린턴에게 모금액을 몰아주는 것도 종전 대선에서 볼 수 없던 이색적인 현상이다.

대선 당시 집권당의 경제성과도 클린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집권당의 경제성과는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로 평가한다. 실업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더해 산출하는 경제고통지수는 오바마 민주당 정부 출범 이후 ‘절반’ 가깝게 떨어졌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체감경기가 개선됐다는 의미다. 미국 국민에게 ‘이변’의 심각성을 일깨워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결과도 ?냘좇?당선 가능성을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는 트럼프에게 불리

힐러리 클린턴, 도널드 트럼프. 오는 11월8일 치러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질서, 한·미 관계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시점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힐러리가 제45대 대통령으로 선출되면 경제 분야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날 변화는 ‘여성화Womanomics=Woman+Economics)’ 물결이다. 2014년 2월에는 미국 중앙은행(Fed) 설립 이후 처음으로 재닛 옐런 여성 의장이 선출됐다.

국제적으로도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교적 잘 대처해왔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올 2월에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연임됐다. 유럽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실질적인 맹주 역할을 해오는 가운데 브렉시트를 담당할 차기 영국 총리로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이 확정됐다. 한국도 여성화 물결이 얼마나 거세게 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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