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폰 다급한 샤오미, 삼성에 반도체·OLED패널 공급 요청할 듯

입력 2016-07-12 17:35
레이쥔 샤오미 회장이 한국 찾는 까닭은

중저가 시장 점유율 하락하자 프리미엄 폰 제조로 눈 돌려
삼성 첨단 반도체 물량확보 나서
삼성디스플레이 측과도 만나 엣지형 OLED 패널 주문 예상


[ 남윤선 / 김현석 기자 ] 샤오미는 작년만 해도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주인공’이었다. 10만원대 가격에 쓸 만한 스마트폰으로 중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돌풍을 일으켰다. 가격 대비 성능이 너무 좋다는 의미로 ‘대륙의 실수’라고 불렸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2014년 한때 1위를 차지했고, 미국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올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중저가 시장에선 값은 좀 비싸도 세련된 디자인과 급속 충전 기능을 앞세운 신생업체 ‘오포’에 밀렸다. 프리미엄 시장은 화웨이에 뒤처졌다. 중국 시장 점유율 순위는 3위로 내려앉았다. 미국 시장 진출도 무단 도용해온 특허 문제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샤오미는 올해 프리미엄 폰으로 눈을 돌렸다. 이달 말 출시하는 ‘미노트 2’는 삼성 갤럭시 S7과 마찬가지로 듀얼엣지 스크린을 탑재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가격도 2499위안(약 45만원)으로 이전 모델보다 비灌? 이런 프리미엄 폰을 생산하려면 세계 반도체 업계 1위 삼성전자의 첨단 반도체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레이쥔 샤오미 회장이 한국을 찾는 가장 큰 이유다.

삼성은 그동안 샤오미에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판매 부진에 빠진 샤오미는 당초 약속보다 주문량을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1분기(1~3월) 샤오미 제품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8% 감소했다. 이에 삼성 측은 앞으로 공급량 자체를 줄이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레이 회장이 공급 확대 및 관계 개선을 요청하기 위해 방한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값싼 제품으로 중국 시장에서 갤럭시 스마트폰 등을 밀어낸 샤오미에 대해 감정이 썩 좋지 않다”고 말했다.

레이 회장이 공급 확대를 원하는 건 모바일D램과 낸드플래시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은 eMCP(embedded multi-chip package)다. 각각의 반도체를 따로 쓰는 것보다 속도가 빠르고 디자인도 얇게 할 수 있다. 얇고 성능 좋은 폰을 제작하는 데 필수적인 부품이다.

삼성은 D램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선 20나노미터(㎚) 제품을 양산 중이다. D램은 미세화될수록 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비가 적다. 레이 회장은 eMCP와 더불어 3차원(3D) 낸드 공급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삼성이 양산 중인 제품이다. 기존엔 고가 서버 등에 쓰였지만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도 탑재가 시작됐다. 삼성은 오는 9월 출시될 애플의 아이폰7에 3D 낸드로 만든 256GB급 UFS(universal flash storage)를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 회장은 삼성디스플레이 측과도 만날 가능성이 있다. 에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공급 확대를 원해서다. 내년부터 애플이 아이폰에 OLED 패널을 쓰기로 하면서 OLED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LCD(액정표시장치)와 달리 휘고 접을 수 있는 데다 가볍고 전력소모도 적어서다. 이 때문에 중소형 OLED 패널 95% 이상을 생산 중인 삼성디스플레이에 물량 확보를 요청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 측은 기존 삼성전자 갤럭시폰 물량에다 내년부터 공급해야 할 애플 납품량을 대기도 벅찬 상황이어서 샤오미에 대한 공급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윤선/김현석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