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KB투자증권 통합법인 'KB증권' 초대 사령탑 누가 될까

입력 2016-07-11 18:42
수정 2016-07-12 05:04
인물별로 강점·약점 엇갈려
'낙하산' 많은 KB금융지주
의외의 인물 낙점할 수 도


[ 김익환 / 이동훈 기자 ]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통합법인 수장이 누가 될지에 증권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정인이 단독 최고경영자(CEO)를 맡을 것이라는 예상에서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54)과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52)이 공동 대표를 맡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합병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이동철 KB금융지주 전략총괄 전무(55)도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KB금융지주는 11일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합병법인 사명을 ‘KB증권’으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오는 12월 말까지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합병을 위한 조직 및 인사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합병 법인의 초대 사령탑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대형 증권사 간 경쟁 양상과 구도가 달라질 것인 만큼 주요 후보를 놓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윤경은 사장은 과거 신한금융투자(옛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과 솔로몬투자증권 사장 등을 거치며 강한 추진력과 꼼꼼한 업무처리 능력을 선보였다는 평가다. 해餠돗耽?파생상품에 능통하다.

경영실적도 좋은 편이다. 직접 영입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문가들이 성과를 내면서 지난해 2976억원의 괄목할 만한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대비 649.7% 증가한 수치다. 그는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통합법인의 성장 비전에 대해 “KB금융지주 계열사와 협력해 자산관리(WM) 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경영효율성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솔로몬증권 사장 시절부터 현대증권 사장으로 재직하는 지금까지 회사 매각이나 우발채무와 관련해 간헐적으로 구설에 시달린 것은 약점으로 지적받는다. 현대그룹 등 그동안 몸담은 모기업의 경영 불확실성 때문에 이미지에 손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또 다른 후보자인 전병조 사장은 기획재정부 본부국장 출신으로 2008년에 NH투자증권 IB부문 전무를 맡으며 증권업계에 발을 들였다. 투자은행(IB) 사업에서 다양한 거래 구조를 설계하고 창의적인 사업 아이디어를 내놓으면서 주목받았다. KB투자증권 사장으로 부임한 첫해인 지난해 47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통합법인 CEO를 맡으면 KB금융지주와 그동안 맞춰 온 호흡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자기자본 기준 19위 증권사의 대표인 그가 3위 증권사를 맡기에는 역량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CEO로 재직한 기간도 2년 미만이다. 예전 같았으면 유리하게 작용했을 수도 있는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 출신이라는 경력도 지금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대우조선해양 부실사태 등으로 경제관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싸늘해졌?때문이다. 이 때문에 KB금융지주가 당분간 윤 사장과 전 사장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투톱’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동철 전무도 주목하고 있다. 김옥찬 KB금융 사장 등과 함께 현대증권 인수합병(M&A) 작업 실무를 지휘하고 있는 이 전무는 KB금융 내에서 M&A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2006년 KB금융의 외환은행 인수팀장을 맡아 수완을 발휘했고 2007년엔 국민은행 지주사 전환 작업을 총괄하면서 강한 추진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약점이라면 증권업계 경험이 일천하다는 점이다. 이 전무 스스로는 “통합법인 사장 자리에 관심이 없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이처럼 인물별로 강점과 약점이 엇갈리는 가운데 과거 외부의 인사 개입이 잦았던 KB금융지주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혀 예상 밖의 인물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 한 증권사 사장은 “통합법인 사장직을 놓고 외부에서 여러 명의 인사가 줄을 섰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김익환 / 이동훈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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