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기술로 일자리 뺏기고
대중 무역으로 제조업 타격
금리로 경제 조율하려던 Fed
2008년 금융위기 못 막아
[ 임근호 기자 ] 불만과 분노가 가득 찼다.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과 환멸이 팽배하다. 열심히 일했지만 삶은 팍팍하고 미래는 불안하다. 미국 중산층의 마음이 그렇다. 트럼프와 샌더스 열풍의 배경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며 공화당 경선에 나온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 경선에 나온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을 말한다. 트럼프는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앞두고 있다. 샌더스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밀렸지만 민주당의 대선 공약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와 샌더스 열풍의 뿌리는 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11일 보도했다. 풍요와 번영을 기대하게 한 당시 정치인과 정책 입안자, 경제학자의 약속이 모두 어긋났다고 했다. 대중은 분노했고 그 결과 미국에서 대중인기 영합주의(포퓰리즘)가 득세하고 있다고 WSJ는 진단했다.
2000년에는 모두가 미래를 낙관했다. ‘정보기술(IT) 혁명’ 덕에 미국 경제성장률은 1997년 이후 연 4%를 넘었다. 慕?그린스펀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우리가 잘못될 것으로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기술이 소득 향상과 사회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경제학 이론과 통화정책 수단의 발달로 중앙은행이 경제 안정을 달성하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고 믿었다. 중국과의 교역은 미국 상품과 서비스를 내다팔 수 있는 세계 최대 시장이 열리는 것으로 여겨졌다.
예상은 빗나갔다. 기술은 소득 향상 대신 부의 양극화를 심화했다. 상위 20% 미국 가정은 1990년 총소득의 44.3%를 가져갔다. 2014년엔 48.9%를 차지했다. 기술 발전의 혜택이 일부 계층에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최근 각광받는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은 일자리를 대거 없앨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불러오고 있다.
Fed는 2008년 금융위기를 막지 못했다. 금융위기 원인이 된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보고도 방치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마크 커틀러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조절만으로 물가안정과 경제성장을 모두 달성할 수 있다는 당시 Fed의 생각은 오만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중앙은행에 대한 믿음도 약해졌다. 초저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을 써도 의도한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저가 제품을 앞세운 중국의 수출 공세는 미국에 생각보다 큰 피해를 안겼다. 데이비드 오터 하버드대 교수 등이 올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999~2011년 중국과의 무역으로 미국 제조업과 서비스 일자리 240만개가 사라졌다. WSJ는 “경제학 이론과 달리 한 산업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다른 산업으로 쉽게 이동하지 못해 피해가 컸다”고 설명했다.
임근호 기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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