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아름 기자 ]
정부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를 결정하면서 중국발(發) 악재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무역제재까지 갈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불매운동·관광자제운동 등 반한감정에 기인한 악재가 불거져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관련 소비재의 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한 지난 8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0.98포인트(0.56%) 하락한 1963.10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화장품, 카지노 등 중국 관련 소비주가 큰 폭의 조정을 겪었다.
미국 고용지표의 호전 영향에 지수가 1% 이상 급등한 이날도 관련주의 부진은 이어지고 있다. LG생활건강이 2%대, 파라다이스와 GKL이 3%대, 모두투어와 하나투어가 1%대 하락하고 있다.
◆ 中 경제 압박 가능성은 높지 않아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사드 배치 결정 사태가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경제 압박으로 이어질 확률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연초 사드 배치 문제가 불거졌을 때와 같은 중국계 자금의 이탈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초 북한 핵실험 이후 사드 배치 문제가 거론됐을 때 중국계 자금은 3개월간 1조2000억원 순매도를 보였지만 이는 중국의 금융 불안이 겹쳤기 때문"이라며 "중국 금융 시장이 안정을 찾았음을 감안하면 연초와 같은 자금 이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이미 보호무역 강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추가 제재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연 평균 10건 수준이던 중국의 한국 제품 수입 규제 건수는 2012년 이후 연평균 25건으로 증가했다"며 "이미 비관세 장벽을 통해 보호무역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이 제재를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관광자제운동·불매운동 등 '반한감정' 우려
하지만 민간 차원에서 반한감정이 높아지며 불매운동 등의 악재가 벌어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사드배치와 관련, 한국과의 경제관계 및 왕래를 중단하고 관련 정계인사와 기관, 기업에 대한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인터넷 여론조사에서도 제재 찬성이 90% 가까이 나올 정도로 중국 내 반한감정이 거세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민간 캠페인에 의한 반한감정 확대와 그로 인한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매출 저하, 중국 관광객 감소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월별로 발표되는 한국 화장품 수출과 중국 관광객 수치에 이상 징후가 발견될 때는 하향 조정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반한 감정 확산이 한국산 제품의 불매운동과 한국 방문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영향이 지속될지 여부는 대중 통상 마찰의 확대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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