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늘 IT과학부 기자)
요즘 한창 인기인 블리자드의 총싸움 게임 ‘오버워치’는 국내 게이머들 사이에서 아닌 ‘고급 시계’로 불리고 있습니다. 시계를 뜻하는 단어 ‘워치’ 앞에 ‘고급’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이죠.
이는 같은 회사의 팀 단위 전투게임인 ‘히어로즈오브더스톰(히어로즈)’이 ‘고급 레스토랑’으로 불린데서 유래한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전작인 히어로즈에 붙었던 ‘고급’ 수식어를 후속작인 오버워치가 이어받았다는 겁니다.
작년 6월 국내에 선보인 히어로즈는 블리자드의 신작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흥행 성적이 신통치 않았습니다. 지난달 중순까지 204주 연속 PC방 점유율 1위를 유지한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LOL)'의 인기에 눌렸기 때문입니다.
막 출시한 탓에 고를 수 있는 챔피언(캐릭터) 수도 적고, 무엇보다 이용자 수가 적어 상대 매칭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불만이 폭주했죠.
게이머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히어로즈에 대한 원성이 자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히어로즈 '고급 레스토랑' LOL을 분식집에 비유한 어떤 네티즌의 댓글이 캡처돼 퍼져나가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합니다.
<불만이 가득한 히어로즈 안티> "글로벌 히트 IP를 세 개나 가지고 있는 블리자드가 신 챔피언 추가가 이 린?늦는 건 후발주자로서 시장 지배자(LOL)를 앞설 의지가 없다고 보는게 맞을 …·"
<히어로즈> "굳이 LOL을 앞설 이유가 있나요? 히어로즈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게임인데요. 해외 반응도 좋도 한국 반응도 나쁜 편은 아니구요. (중략)...굳이 뭐 비교하자면 히어로즈는 고급 레스토랑 느낌이면 LOL은 분식집 같은 느낌이죠. 추구하는 바가 다른 것 같습니다."
매칭이 빠른 LOL은 음식이 금방 나오지만 흔한 음식을 내는 분식집에, 히어로즈는 대기시간은 길지만 맛있는 음식이 나오는 고급 레스토랑에 비유한 겁니다. 히어로즈가 그만큼 재밌고 품격있는 게임이라는 얘기죠.
히어로즈를 옹호하는 댓글로 보이지만 사실은 이용자가 거의 없는 히어로즈를 비꼬려는 블랙 유머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 별명은 히어로즈 이용자들에게 큰 반향을 얻었습니다. 이후 게이머들은 히어로즈를 '고급 레스토랑'으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젊은이들이 노력하지 않으면서 불평만 한다는 일부 기성세대의 시각에 대한 냉소를 표현한 '노오력'이란 말에 빗대 '고오급 레스토랑'으로 부르는 이용자도 생겨났죠. 덕분에 게임 내에서 예의없는 행동을 하면 “고급 레스토랑에 다니는 사람이면 점잖게 행동하라”며 꾸지람을 주는 이용자도 생겼다고 합니다.
다른 분석도 나옵니다. 출시 전 시범 서비스에 당첨되기가 너무 힘들어서 붙은 별칭이라는 얘기가 그것이죠. 오버워치는 정식 출시(5월 24일) 전인 지난 2월부터 추첨에 뽑힌 지원자를 대상으로 비공개 시범 테스트(CBT)를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CBT 선발자 수가 극히 적어 “나만 못하는 게임”이라는 하소연이 터져나왔죠. 아무나 차기 힘든 고급 시계처럼 오버워치도 플레이하기 힘들다는 의미에서 위와 같은 별명이 붙었다는 겁니다.
어느 쪽이 맞는 얘기인지는 저도 확답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오버워치가 4년여간 PC방 주간 점유율 1위를 독차지하던 LOL을 끌어내리고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급’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자격은 충분하지 않나 싶네요. (끝) /sk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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