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정 증권부 기자) 금융감독원은 은행 증권 보험사 등 금융회사들의 건전성과 위법여부를 선제적으로 검사하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칼’이라고도 불리는 검사권은 금감원 권력의 핵심이기도 한데요, 최근에는 “이 같은 권한이 업계에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불만이 거세지면서 ‘칼’을 휘두르기 부담스러워진 분위기입니다. 그래도 금감원에게 검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핵심업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금감원은 2014년 이른바 ‘특수은행’에 대한 검사권이 다소 약해져 속앓이를 했었는데요, 검사권 약화가 오히려 새옹지마가 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분식회계 논란으로 언론과 정치권의 질타를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그 배경입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금융당국의 판단오류로, 혹은 의도적인 부실 숨기기로 수조원에 달하는 국민혈세가 낭비됐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죠. 대우조선의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입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그런 산업은행을 관리·감독합니다.
원래 산은에 대한 검사는 전적으로 금감원이 결정하고 실행해왔는데요. 하지만 산은이 정책금융공사와 통합된 2015년부터는 금감원이 산은 검사를 하려면 ‘금융위에 사 ?보고와 검사 사유 등을 제출토록’ 규정이 바꼈습니다. 금감원의 권한이 다소 약해진거죠. 그 이유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통합 산은이 출범한 이후 금융당국에서 단 한번의 검사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정말 필요했다면 금융위 사전승인 보다 더 번거로운 절차가 있어도 금감원이 산은을 검사했어야 했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금감원 입장에서는 “사전 보고와 검사 사유를 제출해야 하는 만큼 검사 착수가 상당히 부담스러웠다”는 변명거리는 생긴 셈이죠. 금융위도 “산은을 봐주려고 검사를 어렵게 만든 것 아니었냐”는 의심아닌 의심을 받을 수도 있고요.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그 후폭풍을 예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관련 기관들이 서로 ‘남탓’을 하기보다는 책임있는 자세로 사태를 수습하기를 기대해봅니다.(끝) /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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