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윤선 산업부 기자) “사업재편 언제 끝나나요? 3년 가까이 뭐하는 건지...점점 지쳐갑니다.”
최근 삼성그룹 사업재편은 2013년9월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부문을 인수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후 에버랜드 상장,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 무산, 삼성SDS 상장,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방산·화학계열사 매각 등 굵직한 사건들이 잇따라 터졌다. 그 와중에 ‘엘리엇 매니지먼트’라는 생소한 이름의 헤지펀드까지 개입하면서 삼성그룹 직원들은 끝없는 야근에 시달려야 했다.
말은 쉽지만, 회사 간 합병이나 계열사 매각은 보통일이 아니다. 실무선에서는 끝도 없는 서류작업과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해당 부서는 몇달을 주말도 없이 일하기가 일쑤다.
일이 많은게 문제는 아니다. 진짜 문제는 직원들은 왜 자신들이 밤을 새고 일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업재편에 대한 회사 측의 공식 설명은 이제 시장은 물론 직원들도 믿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지난해만 해도 상장 뒤 “202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던 삼성SDS가 올해 둘로 쪼개질 처지에 놓인 것이 대표적이다. 한 직원은 “상장하고 비전 만드느냐 밤새는게 엇그제 같은데 이제는 분할하 ?분할 뒤 비전을 만들고 있다”며 “매일 새벽까지 일은 하는데 ‘진짜로’ 내가 뭘 하고 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 와중에 중공업, 건설 분야의 불황으로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이어지자 직원들 분위기는 더욱 어수선해졌다. 같은 그룹공채로 들어온 동기들이 하나 둘 짐을 싸는 모습을 본 과·차장급 중간간부들은 불안에 떨었다.
그 와중에 그룹 최고경영진 중 누구도 긴 사업재편의 끝이 어떤 모습이고, 무엇을 위해서 이런 것을 하는지를 분명히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시장에서는 그룹 사업재편에 대한 수없는 시나리오만 오고 갔다. 그 중 대부분은 틀렸고, 소문에 휘둘린 직원들은 더더욱 지쳐갔다.
삼성그룹의 최고경영진도 그룹의 미래를 위한 결단을 하고 이같은 작업을 시행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간이 이미 3년 가까이다. 엘리엇 등 변수가 있었기 때문에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무튼 사업재편에 너무 긴 시간이 소요되면서 직원들이 지쳐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듯 하다. 만약 앞으로도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면, 어느 시점엔가는 누군가 분명한 목표와 비전을 제시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기자가 아는 적지 않은 삼성 직원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끝)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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