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에 봉착한 '성장주 전략'
코스닥 올들어 13P 올랐지만 중소형주펀드 수익률은 -5.38%
한샘·한세실업·크라운제과 등 펀드들이 담은 성장주 급락
[ 안상미 기자 ] 7일 코스닥지수 종가는 695.95다. 지난해 종가가 682.35였음을 감안하면 소폭이나마 오른 셈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의 대외 악재가 많았음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하지만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펀드들의 수익률은 딴판이다. 대부분 간판 펀드가 올 들어 5~10%가량 손실을 냈다. 시장의 관심이 가치주로 옮겨가는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성장주에 자금을 묶어둔 결과다.
◆지수와 따로 노는 펀드 수익률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중소형주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5.38%에 그쳤다. 지수는 물론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2.33%)에도 미치지 못한다. 같은 기간 5.49% 뛴 코스피 소형주지수와 비교하면 수익률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벌어진다.
수익률이 나빠지면서 펀드 자금도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3개월 사이 펀드를 이탈한 자금은 1184억원이다. 중소형주펀드 시장을 이끌어 온 ‘KB중소형주포커스’(394억원), ‘삼성중소형포커스’(323억원), ‘현대인베스트먼트로우프라이스’(169억원) 등에서 집중적으로 자금이 탈출했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등 글로벌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성장주의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문제삼는 투자자가 늘어났다고 설명한다. 이 자리를 주가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은 가치주가 메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급 면에서도 불리한 국면이 이어졌다.
민수아 삼성자산운용 밸류주식운용본부장은 “소형주 주가가 급등하면서 소형주지수에 새로 편입된 종목이 많다”며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들의 자금 대부분이 새로 편입된 종목으로 흘러들었다”고 말했다.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자금 이동
지난 5년간 시장을 꾸준히 앞서왔던 ‘삼성중소형포커스’는 올 들어 -8%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펀드가 집중적으로 담고 있던 성장주들이 외면받으면서 펀드 수익률이 떨어졌다. 한세실업(올 들어 32.64% 하락) 한샘(-29.16%) CJ CGV(-27.22%) 등이 집중포화를 맞았다. 민 본부장은 “상반기 내내 조정받아 주가 매력이 높아졌다”며 “하반기부터 서서히 수익률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코리아스몰캡’의 연초 이후 수익률도 -9.38%까지 내려앉았다. 이 펀드 역시 이오테크닉스(-18.51%) 크라운제과(-26.85%) 로엔(-14.40%) 등 주요 편입 종목 주가가 급락하면서 펀드 손실폭을 키웠다.
권오진 메리츠자산운용 전무는 “화장품, 생활용품 업종에서 양호한 성과가 있었지만 내구소비재, 미디어, 음식료, 소프트웨어 업종에서 크게 조정을 받았다”며 “구조적인 성장이나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기업들에 선별 투자하는 전략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만원 이하 저가주에 집중하는 ‘현대인베스트먼트로우프라이스’ 역시 올 들어서만 10% 가까운 손실이 났다. 올 들어 소형주만 집중적으로 오르는 장세가 이어졌지만 이렇다 할 수혜를 누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아이원스와 일진홀딩스 등 일부 편입 종목이 올 들어 20~30%대 낙폭을 기록한 여파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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