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영경 서울강동도서관장
그리스인 조르바
행복은 무엇일까. 행복을 위해 나는 이 순간 무엇을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 때 그리스인 조르바를 다시 읽어 본다.
이 소설은 그리스의 대표적 지성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작품이다. 조르바는 카잔차키스가 자기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꼽는 실존 인물이다. 소설 속에서 ‘나’로 표현된 화자는 당초 책에서 길을 찾으며 사색하고 탐구한다. 조르바는 학교 문턱에도 못 가봤지만 삶과 세계의 본질을 육신을 던져 통찰하는 사람이다.
사건은 화자가 마음의 갈등을 겪으며 시작된다. 화자는 친구에게 ‘책벌레’란 조롱을 받은 뒤 몇 달간만이라도 책을 치워 버리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결심한다. 그는 그리스 크레타섬으로 들어가기 위해 배를 기다리다가 60대 노인 조르바를 만난다. 조르바는 다짜고짜 자신을 데려가라고 요구한다. 조르바는 “생각지도 못할 수프를 만들 줄 아는 요리사이자 꽤 괜찮은 광부이며, 악기 연주에도 일가견이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화자는 조르바의 도발적인 태도와 말투가 마음에 들어 수락한다. 둘은 섬에서 함께 생활하게 된다.
소설은 화자가 섬에서 조르바와 함께 지내며 삶이 뭔지 배워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다. 언제나 삶에 대해 고뇌하는 화자에게 조르바는 고뇌를 멈추고 행동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자 한다. 조르바는 자연의 모든 생명체에서 경이로움을 발견하고 감탄하며 새 생명을 불어넣고, 순간의 삶에 순수하게 몰입한다. “이 기적은 도대체 무엇이지요?” 조르바가 소리친다. “이 신비가 무엇이란 말입니까?” “나무, 바다, 돌, 그리고 새의 신비는?”
다음 문장에서 삶에 대한 조르바의 태도를 가장 뚜렷하게 읽을 수 있다.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뿐입니다. 나는 매 순간 자문합니다. ‘조르바, 너는 뭘 하고 있느냐?’ ‘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지금 너는 무엇을 하느냐?’ ‘일하고 있네.’ ‘열심히 하게.’ ‘왜요’가 없으면 아무 짓도 못하는 건가요?” 일정한 도덕적, 형식적 틀 속에 사는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일 수 있다. 하지만 조르바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세상일은 간단한 거예요. 몇 번이나 말씀드려야 해요? 간단한 걸 가지고 자꾸 복잡하게 만들어 헷갈리게 하지 말래도!”
저자는 조르바와의 만남을 회상하며 이 소설을 썼다. 화자와 조르바의 얘기를 아름답고 세밀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흐리멍덩하고 모순과 망설임 따위로 점철된 변화무쌍하고, 요령부득이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마음대로 안 되는 (중략) 무자비한 것이 인생’이다. 그 속에서 길을 찾으려는 저자의 고뇌와 갈등, 그리고 살아 움직이는 조르바의 육성이 가슴에 메아리를 일으킨다. 현재의 불안정한 삶과 확신 없는 미래로 방황하는 현대인에게 위로와 격려, 자유를 줄 수 있는 작품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열린책들, 482쪽, 1만2800원)
어영경 < 서울강동도서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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