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매출 1조 넘본대요! 마트 SPA, 유니클로 추격

입력 2016-07-06 18:37
마트 '새 동력' 패션 강화
바잉파워로 원가 대폭 절감…"히트상품 나와야 성장지속"
패션SPA는 연 1천억대 그쳐


[ 강진규 기자 ] 생산 주기를 단축해 패션 트렌드와 소비자 선호도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제조·직매형(SPA) 의류는 불황에 빠진 국내 패션시장에서 유일하게 고성장하는 업태다. 대표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는 2015회계연도(2014년 9월~2015년 8월)에 국내에서 전년 대비 25% 증가한 1조116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유니클로를 추격하는 2위 SPA 브랜드는 토종 패션업체가 운영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이마트의 ‘데이즈’다. 에잇세컨즈(삼성물산 패션부문), 탑텐(신성통상), 스파오(이랜드) 등의 매출이 1000억원대에 그치고 있는 가운데 데이즈는 올해 50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각각 3000억원대 매출을 기대하고 있는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SPA 매출을 합치면 1조원을 넘어 유니클로와 비슷해진다.

◆마트 바잉파워 앞세워 고급화

마트 SPA는 기존 마트 의류가 가진 ‘품질은 낮고 가격만 싸다’는 이訣嗤?벗기 위해 프리미엄화를 추구하고 있다. 데이즈의 올 상반기 최고 인기 상품은 지난해 말부터 이탈리아에서 직수입하고 있는 ‘이태리 슈즈라인’이다. 천연가죽을 사용해 백화점 수준의 품질을 내면서도 10만원 미만의 가격을 유지해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6개월간 약 8만켤레가 팔렸다.

리넨 소재를 써 품질을 높인 비즈니스 캐주얼 라인도 올해 봄·여름 시즌 새롭게 내놨다. 스포츠 웨어도 기능성을 강조한 제품들이 인기다. 근육을 잡아주는 ‘기어탑’은 2014년 출시 후 18만장이 판매됐다.

이마트 관계자는 “원사를 대량으로 매입해 단가를 낮추고 마진 폭을 줄여 품질을 높이면서도 가격은 30%가량 낮췄다”며 “대량으로 상품을 소싱해 가격을 낮추는 대형마트의 기본 전략을 의류에도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가 지난 3월 브랜드 개편을 하면서 새롭게 선보인 SPA 브랜드 ‘테(TE)’는 유명 디자이너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고급화를 꾀하고 있다. 올해 1월 고태용·한상혁 디자이너와 협업해 내놓은 티셔츠가 일반 신제품 대비 3배 이상 팔리는 등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고 디자이너와 다시 손잡고 여름 상품을 개발 중이다. 김영균 롯데마트 특화MD본부장은 “트렌드를 잘 반영하지 못하던 기존 의류 브랜드 제품 생산을 축소하고 품질을 앞세운 SPA 브랜드 테를 중심으로 PB 의류부문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F2F는 마트 의류의 주력 상품이던 티셔츠류보다 10만원 안팎의 정장을 앞세우고 있다. 지난해 9월 재킷과 바지, 구두에 벨트까지 ‘풀 세트’를 11만원대에 판매해 큰 호응을 얻었다.

대형마트들이 SPA 브랜드를 강화하며 패션부문을 키우는 것은 식품 일변도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온라인몰이 마트의 주력 상품군인 식품 분야에서도 강점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을 마트로 끌어들일 새로운 동력을 찾기 위해 패션부문 강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히트상품 개발이 관건

패션업계에서는 마트 SPA 성장에 대해 기존 마트 매장에 입점할 수 있는 이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제품의 매력이 비슷하더라도 임차료 비용을 더 절감하고 마트의 집객효과를 고스란히 물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유니클로도 한국에 진출하면서 롯데백화점 등에 입점한 효과를 봤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유니클로는 발열내의 히트텍, 땀을 흡수·배출하는 에어리즘 등 히트 상품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며 “마트 SPA 브랜드도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앞세운 제품을 선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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