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스타트업 리포트] 신용대출 넘어…'주담대'까지 넘보는 P2P 벤처

입력 2016-07-05 20:37
테라펀딩, 신축 자금대출 특화
사업성 분석해 투자금 모집
건물 완공 후 원리금 지급 방식
연평균 수익률 12% 넘어

투게더앱스, 후순위 대출 공략
소딧, 부동산 경매 시장 진출


[ 이호기 기자 ]
은행이 취급하지 않던 중금리 개인 신용 대출 시장을 공략 중인 개인 간(P2P) 대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부동산 담보 대출 시장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테라펀딩 투게더앱스 소딧 등 부동산 대출에 특화한 P2P 스타트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주로 취급하던 부동산 후순위 담보 대출이나 빌라 오피스텔 등 신축 사업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지난 3년 새 10배 이상 성장

5일 P2P 대출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P2P 누적 대출액은 2013년 37억원에서 올해 2월 470억원으로 급증했다. P2P 업체가 기존 시중은행 대출이 어려워 저축은행 등에서 고금리를 물어야 했던 개인 및 사업자에게 연 8~15% 중금?조달 혜택을 주는 등 차별화를 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P2P 업체는 투자자를 모집해 이들로부터 자금을 받아 대출을 하는데 초저금리 시대 연 10% 이상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투자자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빌라 신축업자 등 차입자로서는 기존 금융권에서 받을 수 있는 금리가 비슷하더라도 각종 심사 과정에만 한 달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P2P 업체에서는 단 1주일 만에 자금을 융통할 수 있어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경쟁보다 특화한 영역으로 승부

업계 1위인 테라펀딩은 빌라 등 중·소형 주택 신축 자금 대출에 특화돼 있다. 회사 측이 각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리스크를 직접 분석해 등급을 부여한 뒤 투자금을 모집한다. 건물 완공 후 원리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빌라를 짓는 데 채 1년이 걸리지 않아 투자 회수 기간도 짧은 편이다. 테라펀딩은 2014년 12월 창업 이후 현재까지 250억원이 넘는 누적 대출 실적을 기록했으며 연 평균 수익률은 12.83%에 달했다.

투게더앱스는 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의 후순위 대출 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은행권에서 이미 선순위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추가 대출이 필요한 이들이 주로 투게더앱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을 이용하면 연 30% 이상 고금리를 물어야 하지만 투게더앱스에서는 8~15%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회사 측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부실채권(NPL) 매입 전문회사와 협약을 맺고 세 차례 이상 연체가 발생하면 원리금을 즉시 돌려받는 매입보증제도 도입하고 있다. 투게더앱스는 지난해 9?출시 이후 약 9개월 만에 누적 대출 실적이 150억원을 넘어섰다.

부동산 경매 전문가들이 지난 2월 공동 창업한 소딧은 대상 물건을 상가나 오피스텔, 토지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범위를 넓혔다. 경매로 낙찰받은 부동산의 잔금을 납부할 때 은행권에서 일부 금액을 대출받지 못해 2금융권으로 가야 했던 데서 착안했다. 소딧은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대출 실적 10억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 P2P 스타트업들에 대해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주홍식 빌리 대표는 “부동산 담보 대출은 개인 신용 대출에 비해 건당 대출금이 많기 때문에 인허가 지연이나 부동산 경기 하락 등에 따라 개별 업체가 져야 할 리스크가 만만치 않다”며 “투자자 스스로도 각 상품의 사업성과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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