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공장은 사고나면 대형사고
안전의식 어느 기업보다 투철
에스컬레이터 탈땐 반드시
손잡이 벨트 잡고 이동해야
[ 송종현 기자 ]
지난 5월13일 울산광역시 울산박물관 대강당. 한 외국인이 울산지역 100여개 기업체 대표이사, 공장장, 안전관리 감독자 등 200여명을 대상으로 ‘왜 사람들은 규정을 지키지 않나’란 제목의 강의를 펼쳤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이 특별히 초청한 이 외국인은 듀폰의 닐스 슈타인브레허 한국·일본·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안전시스템 컨설팅 총괄 담당자였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이 그를 초청한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다른 어느 곳도 아닌 듀폰의 안전시스템 컨설팅 총괄 담당자이기 때문이다. 세계적 화학기업인 듀폰은 안전의 대명사로 꼽힌다.
사고가 터지면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화학산업의 특성상 화학기업들의 안전 의식은 다른 어느 업종 기업들보다 투철하다. 그중에서도 듀폰은 세계의 모든 화학기업이 안전에 관한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는 기업이다.
듀폰이 어느 정도로 안전을 강조하는지는 사무실 안팎에서의 행동요령 등에 대한 회사 규정 등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우선 사무실 내에서 듀폰 직원들은 절대 뛰어선 안 된다. 뿐만 아니라 펜과 연필의 날카로운 부분은 반드시 아래 방향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사무실 밖에서의 행동요령 중 대표적인 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때 반드시 손잡이 벨트를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콘퍼런스에 가보면 듀폰의 직원들은 듀폰 소속인지 아닌지 바로 알 수 있다”며 “듀폰의 전 직원은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잡고 이동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듀폰이 이처럼 안전경영에 철두철미한 모습을 보이는 건 기업의 아픈 역사와 연관이 깊다. 듀폰은 1802년 설립돼 200년 이상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글로벌 장수 기업이다.
사업 초기 듀폰 창업주인 E. I. 듀폰은 다이너마이트 사업을 벌이면서도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두었다. 안전에 대한 그의 생각은 화약공장 안에 자신과 가족이 살 집을 지어 몸소 실천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1818년 직원 실수로 폭발사고가 발생해 직원뿐 아니라 자신의 아이, 부인도 크게 다치자 이후 그는 안전교육을 더욱 강화했다. 피해 직원 가족들을 위해 연금제도를 만들었고, 안전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했다. 이는 주변 지역 사회와 직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고 곧 신뢰로 이어졌다. 재계 관계자는 “안전에 대한 투자비용은 매몰비용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 드는 마케팅 비용의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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