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순 디지털전략부 기자) 페이스북만한 영향력을 갖춘 미디어는 없다. 세계 15억명이 넘는 사용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나'의 친구와 지인들도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그들과 '나'는 연결할 수 있다. 심지어 관심 분야의 전문가까지 소통이 가능하다. 페이스북은 '세컨드라이프' 창업자 필립 로즈데일이 말하는 '사이버 제국(new country)'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새로운 부를 챙기는 주체가 그 네트워크의 참여자인지, 페이스북인지는 논쟁적이다. 최근에는 뉴스를 후순위로 밀어낸 페이스북 뉴스피드 알고리즘은 언론사에게 대표적인 고민거리다. 언론사가 제공하는 뉴스의 노출을 줄이고 가족과 친구처럼 가까운 관계의 스토리를 위주로 알고리즘을 변경해서다. 페이스북으로 뉴스 트래픽을 견인해내는 다수 언론사에게 트래픽 감소로 이어질 것은 명백하다. 매일 페이스북으로 뉴스를 올리는 국내외 언론사들의 노력이 헛수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언론은 이미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포털사이트에서 이런 박탈감을 가진 적이 있다. 뉴스를 제공하고도 그만한 이익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페이스북에 독자를 뺏기는 해외 언론도 지금은 '무조건적인 협력'에 고개를 갸우뚱하기 시작했다. '인스턴트 아티클'로 뉴스를 서비스했지만 만족할 수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수시로 바뀌는 알고리즘은 광고매출과 독자 충성도란 손에 잡히는 유익은 보이지 않고 페이스북과 주커버그의 연결의 철학만 곱씹게 한다.
지난달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서 열린 세계 뉴스미디어협회(WAN-IFRA)에서도 언론사와 페이스북, 구글 같은 뉴스유통 플랫폼 사업자 같의 '전쟁(battle)'이 화두였다. 에밀리오 가르시아 루이즈(Emilio Garcia-Ruiz) 워싱턴포스트 디지털 부문 전무는 5년 전 페이스북과 함께 추진했던 소셜 리더(social reader)' 프로그램을 거론하며 페이스북과 항상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프로그램이 중단된 뒤에 유입독자가 사실상 0%로 줄었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관계'와 '데이터'를 강조해온 제프 자비스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이 자리에서 한술 더 떴다. "소셜미디어 활용은 필수라는 것"이다. 그는 "구글 언앨리틱스를 활용한 독자 소비 행태를 파악하고 페이스북 인사이트 등 도구를 활용해 데이터 중심의 객관적인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사가 등한히 대했던 독자 데이터를 자체적인 수집과 분석 뿐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 사업자를 통해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언론도 콘텐츠 전략은 물론 데이터 부문 투자가 필요하다. 우선 모바일 환경에서는 일반 뉴스가 아니라 특정 분야의 깊이 있는 정보 생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와 함께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제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획할 수 있는 전문가 영입도 뒤따라야 한다. 최근 한 언론사는 시장조사업체 전문가들을 독자 데이터 분 ??위해 채용한 바 있어 앞으로의 성과가 기대된다.
업계 차원의 대응도 중요하다. 얼마 전 악셀 스프링어 등 독일 주요 언론사들은 각 언론사 웹 사이트의 독자 데이터를 공동으로 수집, 분석해 광고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이메트리크(Emetriq)'를 설립했다. 공동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면 분석량이 많아져 의미를 높이고 타깃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광고주들에게도 신뢰감을 높일 수 있어서다. 페이스북, 구글 등이 독점하는 독자 데이터에 맞선 전략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이 더 중요있다. 뉴스 유통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면서10년 넘게 뉴스 이용 데이터를 축적한 포털이 보유한 데이터의 의미는 지대하다. 지금까지 포털사업자는 영업기밀, 언론시장 갈등 등을 우려해 데이터 개방에 미온적이었다.
언론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거나(네이버), 사실상 전재료를 깎은 채 상생모델만 떠미는(카카오) 식으로는 뉴스시장의 미래를 가늠하기 어려운 시대다. 언론사의 포털시장 진입장벽을 치거나 뉴스심의만 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아니라 데이터 '공동 활용' 등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최소한 어떤 분야의 뉴스가, 어떤 이용자들에게 소비됐는지,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연결 기반의 소셜미디어가 주도하는 시대에 진정한 '공생'과 '협력'의 출발점이다. (끝) /soon6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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