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방위산업 이대론 안된다] '수입무기 전시장' 전락한 내수시장

입력 2016-07-03 18:51
국방예산 감소 등 여파…국내 개발 부진
무기수입상 1000곳 육박…3년새 2배↑


[ 김순신 기자 ] 한국 방산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사이 국내 방산시장은 수입 무기들의 ‘전시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국방예산 감소, 과도한 규제, 방산비리 수사 등으로 국내 기업의 무기 개발이 부진한 사이 북한의 연이은 도발 등으로 첨단 무기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국산 무기를 수입했다. 한국의 수입액은 78억달러(약 8조9856억원)에 달했다. 미군 철수에 대비하기 위해 상비군을 정비한 이라크(73억달러)보다 5억달러 정도 많다. 한국이 수입한 무기의 90% 수준인 70억달러어치는 미국산이다.

한국은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포함해 고(高)고도 무인항공정찰기와 병참용 수송헬기(CH-47) 등을 미국에서 사들이는 데 2014년 국방예산(약 40조2650억원)의 20%를 투입했다. 한국은 2010년 이후 2013년까지 매년 30억~35억달러어치의 무기를 수입해 왔다.

외국산 무기 도입이 크게 늘면서 국내에서 활동하는 무기 수입상 수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방산업계에선 “요즘 방산시장에서는 무기수입 업체만 잘나간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국방부에 따르면 2012년 450개이던 한국의 무?수입상 수는 지난해 944개로 3년 새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해군의 해상작전헬기처럼 정부가 국산화를 고민하던 차세대 사업을 해외 직수입으로 전환한 사례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무기 수입상도 증가하고 있다”며 “정부가 지난해 무기 수입상에 대한 신고제를 시작한 것도 늘어나는 무기 수입상을 관리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