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일본의 저커버그 "기술 연결이 미래를 지배한다"

입력 2016-06-30 18:03
검색엔진 회사인 구글이 자율주행차 개발하듯
테크놀로지 연결이 혁신 이끌어

내가 미래를 앞서가는 이유

사토 가츠아키 지음 / 양필성 옮김
스몰빅인사이트 / 244쪽 / 1만5000원



바둑 천재 이세돌과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알파고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 충격적인 소식은 한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인으로 하여금 인공지능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을 동시에 유발시켰다. 인공지능은 이미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었지만, 그 대결을 통해서야 비로소 우리는 그 사실을 또렷하게 자각한 것이다.

테크놀로지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 같은 단어를 떠올린다. 하지만 테크놀로지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라 할 만큼 오래된 것이다. 테크놀로지를 인간이 가진 몸과 지성의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원시인이 사용한 나무 막대기나 돌, 그릇에서부터 우리가 의사소통할 때 쓰는 언어, 경제생활 영위에 필수적인 돈 같은 것들도 모두 테크놀로지라 할 수 있다.

《내가 미래를 앞서가는 이유》가 흥미로운 것은 테크니션(기술자)이 아니라 사업가가 테크놀로지의 역사를 일반인이 알아듣기 쉽게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뿐만 아니다. 테크놀로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보일지 모르나 저자가 테크니션이 아니라 사업가이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저자인 사토 가츠아키는 현재 일본에서 ‘괴짜인가, 천재인가’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미디어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사업가다. 와세다대 법학부를 중퇴하고 스물두 살에 사업을 시작해 이제 갓 서른 살이 된 그는 일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역사상 최고 금액인 50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했고, 그의 회사인 미탭스는 창업 8년 만에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되는 기염을 토했다. 미탭스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 수익화 플랫폼을 사업화해 성공한 정보기술(IT) 기업이다. 사업이 승승장구함에 따라 일본 매체들은 그를 ‘일본을 구할 최고의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라고 칭하고 있다.

책 제목만 놓고 보면 언뜻 한 개인의 성공담인 듯하지만, 전혀 그런 책이 아니다. 원서의 제목이 ‘미래를 선점하는 사고법’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테크놀로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가 어떤 식으로 사고해야 미래를 앞서갈 수 있는지 알려준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미래를 선점하는 사고법’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점(點)이 아니라 선(線)으로 사고하는 것’ 다시 말해 ‘패턴을 찾아내는 사고법’을 퓜鎌磯? 예를 들어 검색엔진 회사인 구글은 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것일까. 검색엔진이라는 ‘점’만을 생각하고 있었다면 ‘자동차’라는 ‘점’과의 연관성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인터넷이라는 기술이 가진 성질과 ‘세상의 정보를 정리해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구글의 목표를 이해한다면 이 두 개의 ‘점’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다. 구글뿐 아니라 애플, 아마존, 테슬라 등 미래지향적인 기업의 사업 패턴 속에는 테크놀로지의 연결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제대로 된 이해가 가능하다.

저자는 화폐의 등장으로 자본주의가 도래하고 근대의 혁명이 펼쳐졌듯이 이제는 커뮤니케이션(사람)의 ‘연결’ 가치로 인해 가치주의의 새로운 시대가 펼쳐질 것이라고 예견한다.

저자가 학자나 기술자는 아니므로 논리 전개가 다소 거친 면이 있고 근거가 좀 부족해 보이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책에서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기술에 대한 정밀한 지식이 아니라 미래 세상을 헤쳐나가는 방법이나 혜안이라면 그 약점은 어느 정도 상쇄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평론가가 되지 말고, 실천가가 되라”고 조언한다. 사업가다운 조언처럼 보이지만, 지금처럼 기술 발전이 급속도로 이뤄지는 시대에 그 조언의 울림은 사뭇 다르다.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단순히 저자가 제시한 지식을 곧이곧대로 흡수하기보다는 비틀어 보고 꼬아 보고 펼쳐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김영익 <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