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 안정세
영국 FTSE100·미국 S&P500·다우지수 급반등
아시아 증시도 낙폭 만회…"파운드화 안정 큰 역할"
달러 약세 전환…금 등 안전자산 수요도 여전
[ 뉴욕=이심기 기자 ] 글로벌 금융시장의 주요 지수들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 이전 수준으로 속속 회복하고 있다. 아직 안전자산 수요가 많다는 점에서 도사리고 있는 위험은 경계하는 모습이다.
○뚝 떨어진 공포지수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증시의 FTSE100지수는 전날보다 3.6% 상승한 6360선까지 오르며 브렉시트 투표 당일(23일) 종가를 0.3% 웃돌았다.
뉴욕증시의 S&P500지수도 이날 1.7% 상승한 2070까지 회복하며 연간 상승률을 플러스로 돌려놨다. 다우지수는 28일과 29일 이틀간 553포인트, 3.2% 급등해 이틀 상승폭으로는 2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뉴욕증시의 ‘공포지수’로 통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이틀간 30.5% 하락한 16.6까지 떨어졌다. 시장 위험선 20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아시아 시장은 일찌감치 브렉시트 충격에서 벗어났다. 중국 상하이증시는 24일 하루만 1.3% 빠졌을 뿐 이후 사흘 연속 상승하며 낙폭을 모두 만회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24일 1200포인트(7.9%)가 빠지는 기록적인 낙폭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이후 나흘 연속 반등세를 보였다.
예상과 달리 금융시장이 빠른 속도로 회복하는 것은 영국 파운드화의 안정이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파운드화 가치는 이날 달러 대비 0.7% 반등한 파운드당 1.34달러를 기록했다. 연말 1.1달러까지 수직추락할 것이라는 전망과 헤지펀드의 매도 공세에도 불구하고 1.3달러에서 탄탄한 방어선을 형성하고 있다.
달러는 약세로 돌아섰다.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0.5% 하락하며 95.8까지 밀렸다. 신흥국 통화도 강세를 보였다. 브렉시트 결정 직후 유럽과 밀접하다는 이유로 폭락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는 이날 2.2%의 초강세를 보였다. 멕시코 페소화 가치도 1.7% 상승했다.
브렉시트 결정 직후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신속한 공조로 위기 수습에 나서고,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려면 최소 2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투자자들이 냉정을 되찾았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대(對)영국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0.7% 수준으로 미미하다며 금융채널을 통한 위기 전염도 선진국 간 통화스와프 라인으로 통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크 배일 US은행 선임 포트폴리오매니저는 “브렉시트 충격에도 미국의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하다”고 말했다.
○안전자산 수요도 많아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채시장은 리스크 회피 성향이 여전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고 증시도 긍정적인 지표만 있는 게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날 미국 국채(10년물) 금리는 0.05%포인트 상승한 연 1.51%로 소폭 올랐지만(가격 하락) 독일 국채(분트)는 연 -0.12%를 유지했다. 영국 국채(길트)도 연 0.95%로 하락세가 이어졌다. 일본 국채는 연 -0.23%로 역대 최저 행진을 이어갔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세계에 걸쳐 마이너스 금리에 머물고 있는 국채 규모가 5월 말 1조3000억달러에서 브렉시트 결정 직후인 지난 27일 11조7000억달러까지 한 달 만에 10배로 급팽창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도 상승세다. 29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8월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0.7% 오르며 온스당 1326.90달러를 기록했다. 런던증시에서 영국 내수경기를 보여주는 중소형주 중심의 FTSE250지수는 여전히 브렉시트 투표 이전보다 7.7% 하락한 상태다. 범(汎)유럽지수인 유로스톡스600지수도 브렉시트 결정 이전보다 5.7% 낮다.
월가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시장이 초반 충격에서 벗어났지만 불확실성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 상품과 자산별로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