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건강"→"치매약 복용"
이유없이 신회장 병원 옮겨
[ 정인설 기자 ]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사진)의 건강 상태에 대해 잇따라 말을 바꾸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의 태도 변화가 롯데그룹 수사와 경영권 분쟁의 새로운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신 전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SDJ코퍼레이션은 지난 28일 “신 총괄회장이 2010년부터 치매약을 복용해왔다”고 밝혔다. 작년 12월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 씨가 신 총괄회장의 법적 보호자인 성년 후견인을 지정해달라고 서울가정법원에 신청한 뒤 보여왔던 태도와는 상반된다. 그동안 신 전 부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은 정신적으로 건강해 성년 후견인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신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을 후계자로 지목해 작년 7월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과 벌여온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해서다.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 측의 태도 변화가 검찰 수사와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신 총괄회장을 포함한 롯데그룹 오너일가를 겨냥하자 책임을 면하기 위해 신 총괄회장의 치매약 복용 사실을 공개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SDJ코퍼레이션은 29일 “신 총괄회장이 치매 예방 차원에서 치매약을 복용한 것으로 현재 치매 상태는 아니다”고 말을 바꿨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도 상반된 말을 했다. SDJ코퍼레이션은 검찰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있는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하기 전날인 지난 9일 “신 총괄회장이 미열 증세로 입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8일 뚜렷한 이유 없이 신 총괄회장을 서울대병원에서 아산병원으로 옮겼다.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자 SDJ코퍼레이션은 지난 21일 “신 총괄회장이 전립선 염증과 폐렴 증상을 보여 항생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재계에선 신 전 부회장 측이 검찰 수사에 영향을 주기 위해 말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검찰 수사로 롯데그룹 비리가 드러나면 신 총괄회장이 아니라 동생인 신 회장이 책임지도록 하기 위해 신 총괄회장의 치매약 복용 카드를 썼다는 설명이다.
롯데그룹 측은 이날 “신 총괄회장의 의사와 무관하게 약물 복용 사실을 공개한 것은 불법 개인 정보 유포”라고 밝혔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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