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황당 법안들
의도 좋지만 현실성 떨어져
[ 유승호 기자 ] “대기업 임원 연봉을 줄여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자.” “퇴근 후 업무 지시를 금지해 근로자 기본권을 보장하자.” 국회의원들이 최근 발의한 일부 법안의 내용이다. 얼핏 듣기에 솔깃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지고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최고임금법은 기업 임직원 임금이 법정 최저임금의 30배를 넘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고액 연봉을 받는 월스트리트 경영진을 ‘살찐 고양이’라고 비난한 것에 착안해 일명 ‘살찐 고양이법’으로 불린다. 이 법안에 따르면 기업 임직원 최고 연봉은 최저임금 연 환산액(약 1512만원)의 30배인 4억5360만원으로 제한된다.
최고경영자(CEO) 등 대기업 임원들이 지나치게 높은 연봉을 받지 못하도록 해 소득 불평등을 줄이자는 취지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연봉 수준을 감안할 때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국내 기업 CEO 중 최고액을 받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연봉은 150억원이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은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이른다. 유능한 경영자가 국내 기업에서 일하기를 꺼리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정해진 근로시간 외엔 전화, 문자메시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업무 지시를 내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일명 ‘퇴근 후 카카오톡 금지법’이다.
근로자의 사생활을 보호하자는 취지지만 정치권에서조차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회의원들도 밤늦은 시간이나 새벽에 보좌관, 비서관에게 전화나 메신저로 업무 지시를 하기가 일쑤인데 법이 시행된다 한들 제대로 지켜지겠느냐는 것이다.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이 발의한 영화·비디오물 진흥법 개정안은 극장에서 광고 또는 영화 예고편 상영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극장 입장권에 명시된 영화 시작 시간 이후 광고나 예고편을 상영하면 과태료를 내도록 하고 있다. 극장 광고 수입이 감소하면 관람료를 올리는 등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